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륙 굴기’가 거침없다. 휴대전화 샤오미 등 중국 제품의 폭발적 성장으로 위기에 봉착한 삼성의 위기탈출 해법을 역설적으로 중국에서 찾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중국 최고위급 인사를 잇달아 만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카이(馬凱) 중국 국무원 경제금융담당 부총리를 만나 반도체·자동차용 배터리·금융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도 세 차례나 만났다.
◇이재용 부회장의 중국 굴기=마카이 부총리와의 만남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보아오(博鰲)포럼 이사 자격으로 시 주석을 만나 “삼성은 중국에서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중국에서 사랑받고 중국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힌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를 한층 더 확대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7월 시 주석이 한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삼성전시관에서 영접한 데 이어 8월 난징 유스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도 만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10년 전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이던 시절부터 중국 인맥에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가 쑤저우·시안 등에 주요 사업장을 둔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차세대 지도자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차세대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와도 만났다. 광둥성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기지가 있는 지역이다.
이 부회장은 2013년 4월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의 이사로 선임되면서 중국에서의 활동 폭을 넓혀왔다. 지난 4월 보아오 포럼에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만났다. 2월에는 왕양(汪洋) 부총리도 접견했다. 이 부회장의 중국 내 활동에 대해 외신들도 관심을 보였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황제경영 스타일의 아버지와는 다른 이 부회장의 절제된 성격이 지금 삼성에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이 부회장의 절제된 감각과 친근한 태도는 삼성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쪽으로 옮겨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비즈니스, 생산기지에서 전략시장으로=삼성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1992년으로 올해 23년째다. 초반에는 현지에 공장을 지어 싼 인건비를 이용한 대량생산 기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중국 내수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생산기지로서뿐만 아니라 전략시장으로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내 23개사가 중국에 진출했고 163개 지사 및 법인이 있다. 주요 생산법인은 톈진·쑤저우·선전·후이저우에, 판매법인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에, 연구소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난징·항저우 등에 있다. 생산법인 39개, 판매라인 46개 등이 있으며 직원은 약 11만명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에 70억 달러를 투자한 첨단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시킨 것처럼 이 부회장도 중국 시장을 통해 삼성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 한다고 보고 있다.
한승주 노용택 기자 sjhan@kmib.co.kr
“中서 삼성굴기”… 대륙에 다가서는 ‘이재용 만리장정’
입력 2014-11-05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