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도 내년부터 관내 초·중·고교의 ‘9시 등교’를 추진키로 했다. 올해 2학기 경기·전북에서 시행 중인 9시 등교는 인천·강원·광주·제주에서도 시행을 예고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9시 등교는 경기도 못지않거나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9시 등교를 대체로 반대하는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서울은 경기도보다 더 높다고 한다. 또한 서울은 경기도에 비해 통학거리가 짧기 때문에 20분∼1시간 늦게 등교하는 데 따른 이점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들은 어른들의 지엽적 불편이나 학력저하 우려가 대부분이다. 9시 등교제의 취지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수면시간을 주고 부모와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의 강점은 학생들 입장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우리 교육은 한 번도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의 경우 관내에서 9시 등교를 실시하는 88%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2개월간 큰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없다. 그간 늘 교육 현장의 객체였던 청소년이 이제는 주체의 하나가 됐다.
9시 등교 반대의 더 큰 배경은 학력저하 우려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긴 시간 책상 앞에 앉기를 요구하는 관행이 굳어져 왔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남보다 더 긴 시간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이 학부모와 학교 당국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간을 과도하게 빼앗아 학력을 높이려는 방식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높인 학력은 창의력이 필요한 고등교육 단계에 올라가면 금방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놀지 않고 너무 공부만 하면 바보가 된다’는 서양 속담도 있지 않은가.
교육부가 3일 발표한 학사운영 다양화·내실화 추진 계획도 9시 등교제와 맥락을 같이하는 대목이 많다. 봄·가을 단기방학, 2월 등교기간 최소화, 월별 체험학습일 등의 내용을 담은 이 계획의 가장 큰 줄기도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그들만의 시간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방학이 겨울과 여름에 집중됐던 것은 냉난방비를 아낀다는 차원도 있지만 봄과 가을이 공부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지만 봄·가을은 놀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9시 등교제나 4계절 방학제 등은 우리 교육정책이 공부와 놀이 간, 공부와 체험학습·체육활동 간의 조화를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음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반갑다. 창의력 있는 인재는 학생이 행복한 교육에서 탄생한다.
[사설] 9시 등교와 4계절 방학, 긍정적 취지 살렸으면
입력 2014-11-05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