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4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돌연 선언한 지 12일 만에 사의를 번복하고 돌아왔다. 고심에 찬 결단이 해프닝으로 귀결됐다. 김 최고위원의 오락가락 행보에 당내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김 최고위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혁신과 쇄신, 그리고 변화를 위해서는 지도부에 남아 더 강력하게 앞장서 달라는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경제도 살리고 개헌도 살리는 길이라면 모든 것을 잃어도 후회하지 않는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사퇴를 두고 ‘즉흥적이다, 돌발적이다’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다”며 “대한민국 정치에 대표는 있지만 책임이 없다는 것을 통탄하면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제 살리기와 개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경제를 살리는 개헌, 계파 중심이 아닌 국민 중심의 개헌, 졸속이 아닌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나는 개헌론자”라며 “경제 활성화 법안이 기본적으로 통과돼야 (정기국회 이후) 개헌 논의도 가능하다는 게 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 지도부가 출범할 때 이곳저곳 눈치 보지 않고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달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있다”고 김무성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이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상황에서 말을 바꿔 처신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후 “복귀는 절대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무책임하게 사퇴를 선언하며 당에 분란을 일으켰다”면서 “모호한 이유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한 사람이 또 다시 모호한 이유를 대며 복귀를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은 “김 최고위원의 돈키호테식 정치, 럭비공 같은 언행이 국민과 당원, 동료 의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면서 “이번 사퇴 번복이 김 최고위원의 앞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에 복귀하더라도 발언과 행동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잠룡 중 한 명인 김 최고위원의 향후 대권 행보에도 흠집이 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당분간 자중하며 신중하게 움직였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7·14전당대회에서 양강이던 김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에 이어 3위로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자신의 가벼운 처신에 발목이 잡혔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기획] 가벼워도 너무 가벼운 행보에… 김태호 등 뒤 싸늘한 시선
입력 2014-11-05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