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선언 이후 엔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다.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가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당국은 개입할 시장 자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대비 엔화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당국은 원·달러 거래를 통해 간접적으로 엔화가치 하락 속도를 조절하고 있을 뿐이다.
4일 오후 3시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949.46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마감시간 기준으로 원·엔 환율이 940원대를 기록한 건 2008년 8월 14일(949.76원)이 마지막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원·엔 재정환율 950원 선이 유지되는 1078∼1079원대 부근에서 시종 강한 지지력을 보였다. 시장관계자들은 950원 선 부근에서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외환 당국은 원·달러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 원·엔 환율을 지지하고 있다. 급격한 쏠림현상이 일어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이 일방으로 몰리면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금융위기 이전 원·엔 환율이 920원대까지 내려간 것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엔저 현상의 근원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인해 시장에 엔화 물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 정책이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춰 인접국보다 수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외환 당국이 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도 금리 인하를 포함한 양적완화다. 일본이 돈을 푸는 만큼 우리나라도 돈을 풀면 엔저 현상을 상쇄할 수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치는 등 저물가 기조가 형성돼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적되는 마당에 또다시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오는 13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주목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기획] 엔화를 어쩌나… 밤잠 설치는 당국
입력 2014-11-05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