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더 내려라”-카드사 “더는 안돼”… 갈수록 깊어지는 ‘카드 수수료’ 갈등

입력 2014-11-05 03:49

한국에서는 지갑에 현금 없이 카드 한 장만 넣고 다녀도 불편함이 없다.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물건뿐 아니라 1000원 이하 물 한 병을 사마실 때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심지어 카드로 세금도 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결제가 편리하고 카드 포인트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카드 결제를 선호한다. 하지만 가맹점과 일부 업계에선 가맹점 수수료 때문에 카드사용 증가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카드업계와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말 가맹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만료를 하루 앞두고 계약기간을 열흘 연장해 협상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1.85∼1.90%인데 현대차는 0.7%로 낮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 때문에 새로 차 가격을 매길 때 불필요하게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문제는 보험업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 가운데는 카드 포인트 적립 등을 위해 카드결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있고, 카드납부가 가능해도 매달 자동 납부가 안 돼 매번 결제를 원할 때마다 연락해서 카드 결제를 신청해야 한다.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은 2% 초반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 금리도 낮아져 자금 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까지 주고나면 남는 게 없다”며 “저축성 보험은 사실상 은행 저축과 마찬가지인데 적금을 카드로 내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학기마다 논란이 되는 등록금 카드결제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대학은 가맹점 계약을 맺고 등록금 카드결제를 받고 있지만 10곳 중 6곳에서는 카드로 낼 수 없다. 수수료율은 1% 중후반이다. 가맹점 계약을 맺지 않은 곳에서 카드 수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으나 학생들의 복지 등 측면에서 카드결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 가맹점에서는 아예 소비자와 수수료를 두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한다. 경기도 모 병원 산후조리원은 한 카드사의 수수료가 타 카드에 비해 높다며 아예 그 카드로 결제할 수 없다고 공표했다. 물건을 살 때 카드를 내면 카드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더 내야 한다거나 소액 결제 시에는 카드결제를 거부하기도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이 카드사와 계약을 맺는 이유는 매출증대 목적이 크다”며 “가맹점 수수료가 많이 낮아졌음에도 계속 수수료가 높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또 “지방세의 경우 지자체와 카드사가 협의해 신용공여기간을 길게 해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며 “등록금 등의 경우도 협의할 여지가 많은데 높은 수수료만 탓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