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8조9393억 달러다. 미국 16조7242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다. 기부금은 어떨까. 중국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중국의 기부금액은 9890억 위안(약 161억 달러)으로 GDP의 0.18%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3350억 달러를 기부해 GDP의 2%를 웃돌고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55% 수준에 이르렀지만 기부액은 4.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의 낙후된 기부문화는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지난 4월 발표한 ‘2013 세계기부지수(WGI)’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은 조사대상 135개국 가운데 크로아티아와 함께 공동 133위로 최하위권이다. 중국 밑에는 경제 위기를 겪은 그리스만 있다. 1위는 미국이다.
로이터 통신은 4일 경제 규모에 비해 중국의 자선 기부금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현상은 에볼라 사태에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 지역 개발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등 에볼라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3국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건설사들이 비교적 손쉽게 기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상도로나 간이병원 등을 지어준다면 에볼라와 싸우고 있는 아프리카 빈국들에는 큰 힘이 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중국아프리카연구계획 소장인 데보라 브로티검 교수는 “중국 국영기업들은 독자적으로 나서지 않고 정부 주도의 자선 활동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에볼라 사태와 관련해 1억20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내놨지만 개인이나 기업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중국 기업과 재벌들에 에볼라와의 싸움을 위한 기부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기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의 적십자인 홍십자회 사례에서 보듯 자선 관련 비영리기관에 대한 불신도 중국인들이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세계적 벤처캐피털사인 치밍창투의 설립자 게리 리셸은 “10여년 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발 당시 중국 정부의 투명성 부족이 신뢰를 깎는 데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지난 4월 ‘가난한 사람을 위한 투자는 더욱 큰 의미가 있다’는 제목의 인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중국 기업가들에게 더 많은 기부를 호소했다. 그의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은 에볼라와 관련해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최근 발표된 후룬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최대 갑부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24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부를 했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빈민구제 등이 아니라 교육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세계 2위 경제대국 中, 기부는 ‘짠돌이’
입력 2014-11-05 02:11 수정 2014-11-05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