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김은애(54) 통합사례관리사는 최근 육남매 엄마 A씨(43)로부터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홀로 육남매를 키우면서 살 길이 막막해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A씨는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다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A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이혼 후 여성 가장으로 비좁은 월셋방에서 육남매를 키우려고 애써보았지만 혼자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아이들의 끼니조차 챙기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해지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엇나가기 시작했다.
가스비는 체납되고 월세 15만원도 내지 못해 온 가족이 쫓겨날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벼랑 끝에 몰린 A씨 사연을 접한 이웃들이 구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강서구는 회의를 열어 A씨를 통합사례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지원에 들어갔다. 먼저 체납된 월세와 가스비는 강서 희망나눔 복지재단과 동 주민센터의 지원으로 응급조치했다. 어린이재단,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육남매를 위한 정기적인 후원과 치과치료비 지원을 약속하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아동발달센터는 매주 상담서비스를 제공했다. 교육청 지원으로 15차례 가족치료도 병행해 그동안의 갈등을 치유했다.
A씨의 통장 압류를 풀기 위해서는 법률 홈닥터 서비스가 동원됐다. 다가구 임대주택 보증금 300만원이 없어 재계약이 어려웠지만 200만원은 외부 지원과 기초생활수급비에서 마련하고 나머지 100만원은 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역독지가의 도움으로 책상, 의자, 서랍장 등의 가구를 새로 장만했고, 희망드림단 봉사단이 집안 청소와 함께 도배, 장판, 전기, 가스레인지 등을 설치하자 A씨 가족은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4일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는 생각으로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며 가장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지하 단칸방에서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생활했던 B씨(52)도 구청의 통합사례관리 지원으로 자활에 성공해 현재는 한부모지원센터에서 다른 위기가정을 돕고 있다.
통합사례관리는 주거, 교육, 의료, 법률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위기가정을 발굴한 뒤 복지단체, 교육청,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자활을 돕는 복지서비스다.
현재 서울시에는 자치구별로 3∼5명의 통합사례관리사가 배치돼 위기가정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1년 단위 계약직이어서 지속적인 서비스가 어려운 실정이다. 관리사 한 명이 최대 20가정을 돌봐야 할 정도로 업무 부담도 크다. 따라서 관리사들을 최소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신분을 안정시키고 관리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합사례관리사 인건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비 지원이 계속 보장돼야 관리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벼랑 끝 6남매, 지역사회가 구했다
입력 2014-11-05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