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반짝 민생정치’… ‘송파세모녀법’ 1호법안으로 발의해놓고 무관심

입력 2014-11-05 02:37

여야가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인천 일가족 자살 사건 등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때만 반짝 민생을 말하는 ‘비정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 후 1호 법안으로 송파세모녀법을 발의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후순위로 밀린 상태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경제 활성화만 강조할 뿐 제대로 된 복지 법안은 찾기 어렵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천 일가족 자살 사건에 대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 모녀 자살 9개월 만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자살을 선택했다”며 “이제 정치가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송파 세 모녀 자살 때도 지금과 판에 박은 듯한 입장을 내놨다. 새정치연합은 당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수급권자의 발굴 지원법 제정안 등 3건을 묶어 ‘송파세모녀법’으로 발의했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대표 발의하고 의원 전원이 서명하는 등 ‘전당적 차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4월 안철수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새정치연합이 창당 1호로 제출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 관련 세 법안은 이번 4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세 모녀 자살이라는 시대의 아픔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새정치연합은 4월 임시국회와 7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에서 송파세모녀법에 대한 적극적 추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지난 4월 상정된 뒤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에서도 세월호 특별법에 유병언법, 정부조직법까지 끼워 넣어 합의했지만 송파세모녀법 등 복지 법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에 당력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지난 8월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밝힌 법안 19개 중에는 관광진흥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 외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 법안이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사건을 막지 못한다며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여야는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새정치연합 빅완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송파 세 모녀 3법을 발의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며 “새누리당도 정부의 생색내기 예산에 휘둘리지 말고 새정치연합의 예산안과 세 모녀 3법 제정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은 따뜻한 구들장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을 위해 진정성 있는 협력을 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주례 회동에서 “여야 간 쟁점이 없는 경제, 민생 법안은 11월 중 우선 처리한다”고 합의했지만 민생 법안의 구체적 목록에 대해선 시각차가 크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