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연비가 과장됐다는 논란은 2012년 11월 미국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자동차 딜러 전시장에 부착된 스티커에 연비를 실제보다 과장해 표기했다는 의혹이었다.
조사에 착수한 미국 환경청(EPA)은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의 연비가 표시된 것보다 갤런(3.8ℓ)당 1∼4마일(1.6∼7.2㎞)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절차상 규정과 시험방법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환경청의 연비 시정권고를 받아들였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된 2011∼2013년 모델 가운데 약 25%인 120만대가량의 자사 자동차 연비가 과장되게 표시됐다고 시인했다. 여기에는 싼타페, 벨로스터, 엑센트,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가 포함됐다. 기아차는 리오와 쏘울의 연비를 과대 표시했다고 인정했다.
현대·기아차는 당시 문제가 된 차종에서 연비를 갤런당 1∼2마일씩 하향 조정했다. 특히 쏘울의 경우 갤런당 6마일을 내렸다. 이어 연비 변경 이전에 해당 차종을 구입한 소비자에 대해 매년 88달러(9만5000원)씩 10년간 유류비 명목으로 직불카드를 지급하는 보상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주요 언론매체에 즉각적으로 사과광고도 게재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미국 소비자들 일부는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소비자들에게 최대 3억9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지난해 12월 합의했다. 현대차 소비자는 1인당 평균 353달러, 기아차 소비자는 667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2년 동안 이어진 연비 과장 논란 끝에 1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미 환경청과 합의했다. 이번 합의 배경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고객만족 제고’를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연비 과장 논란이 이어지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7월 8.3%에서 8월 7.9%로 하락한 뒤 9월 7.7%를 기록하는 등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특히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3.9%로 낮아져 2010년 12월(3.9%)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내려왔다. 기아차의 10월 점유율은 3.5%였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판촉 활동도 현대·기아차의 합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합의에는 오는 7일 통상임금 관련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 국내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원 23명은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에 현대차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소급분을 지급하라는 대표 소송을 냈다. 국내외에 악재가 겹쳐 있는 상황에서 우선 연비 과장 논란부터 털자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이 직접 나서 현대·기아차의 연비 논란 관련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선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민주당 정부가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승용차 연비 논란] 美 소비자들, 2012년 11월 ‘연비 과장’ 문제 제기… 현대·기아차, 보상키로
입력 2014-11-05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