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용인할 수는 없지만 이를 정죄하기보다는 긍휼히 여겨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이 지난 9월 제99회 정기총회에서 총회정책문서로 채택한 ‘자살에 대한 목회지침서’의 골자다. 국내 교단 중 처음으로 자살과 관련한 목회지침을 채택한 예장통합은 이를 소속 교회와 기관에 보급해 적극 적용토록 하겠다고 4일 밝혔다.
지침서는 지난해 9월 98회 총회에서 자살에 대한 교단의 신학적·목회적 입장 표명 요청이 받아들여진 뒤 총회 사회봉사부 사회문제위원회가 1년간 생명신학협의회와 협력한 끝에 완성됐다.
지침서는 ‘자살에 대한 성경적 이해’ ‘자살에 대한 목회적 대응’ ‘자살의 징후’ ‘자살 발생 후 대처법’ ‘자살자의 장례를 위한 예배문(관련 성경구절, 설교지침)’ 등을 담았다. 먼저 자살에 대해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는 자학의 극치”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가족과 친지, 이웃들이 더 사랑해주지 못해 발생한 결과”라고 정의했다.
또한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의 제6계명과 창세기 9장 6절, 마태복음 5장 21절 등의 성경구절을 근거로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 자살행위는 하나님의 고유한 권리를 부정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죄악”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살에 대한 판단과 정죄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하며 ‘자살자는 반드시 지옥에 간다’는 주장은 경계하라”고 요청했다.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열 목사는 “자살에 대한 기계적 해석은 교회와 유가족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병 때문에 발생한 경우를 고려해서라도 함부로 판단할 만한 일이 아니며 자살자의 생전 신앙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침서는 또 “1년에 약 1만 5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사회는 죽음의 문화에 지배당하고 있기에 생명의 주를 고백하는 한국교회는 자살 예방을 교회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예방을 위해 자살 징후를 보이는 사람의 특징도 제시했다. ‘죽음 이후에 발생할 일이나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 표현’ ‘사망 또는 자살한 사람에 대한 언급’ ‘자살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 ‘우울, 불안, 절망감, 수치심을 호소’ ‘삶의 무의미함이나 무가치성을 언급’ 등이 대표적이다. 자살이 발생했을 경우 유가족을 위해 ‘자기관리를 격려해줄 것’ ‘임상적 우울증상 호소 및 약물남용 증상 호소 여부 살피기’ ‘자살징후 살피기’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지침서에는 자살자의 장례예배 및 자살 관련 설교에 대비해 ‘자살에 대해 신앙 하나만을 기준으로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 것’ ‘유가족에 대해 배려할 것’ ‘자살의 방법이나 장소, 자살의 경위는 상세히 묘사하지 말 것’ ‘유명인의 자살을 미화하지 말 것’ 등의 지침도 명시됐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목사님들 ‘자살 문제’ 이렇게 대처하세요
입력 2014-11-05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