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거포 한방에 KS 운명 건다

입력 2014-11-05 02:39
올 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선 신·구 거포들의 자존심 대결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이승엽(38·삼성 라이온즈)과 박병호(28·넥센 히어로즈)다. 백전노장 이승엽과 플레이오프에서의 부진을 홈런으로 속죄하려는 박병호의 대결은 한국시리즈 최고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3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은 키 플레이어로 나란히 이승엽과 박병호를 지명했다. 한국시리즈 1∼2차전이 펼쳐지는 대구구장과 3∼4차전 장소인 목동구장은 구장 규모가 작아서 홈런이 나오기 쉬운 환경이다. 그만큼 이승엽과 박병호의 한 방은 시리즈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이승엽과 박병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홈런 타자다. 포지션도 1루수에 10년 터울로 전성기를 맞은 점도 비슷하다.

‘라이언 킹’ 이승엽은 일본 무대로 옮겨가기 전인 2003년 56개의 홈런으로 일본의 오 사다하루(55개)를 넘어 아시아 홈런왕에 등극했다. 역대 홈런왕 5회, 골든글러브 8회 수상에 빛난다. 올 시즌에는 ‘회춘’에 성공해 타율 0.308에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무엇보다 큰 경기에 강한 장점을 갖고 있다. 실제 2012년 한국시리즈에선 타율 0.348에 1홈런, 7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프로 19년차로 경험도 풍부하다. 류 감독은 4일 “이승엽이 잘 치면 그 경기가 쉽게 끝났다”며 “4번타자 같은 6번타자 이승엽이 터지면 팀 공격력이 엄청나게 커진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병호는 이승엽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시대를 열어젖히며 현역 최고의 거포임을 과시하고 있다. 박병호는 이승엽(2001∼2003년)과 마찬가지로 2012년과 지난해, 올해까지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이승엽마저 박병호에 대해 “최고의 타자”라며 “나와 같은 포지션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동시대에 대결을 펼쳤다면 정말 재미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병호는 홈런왕과 2년 연속 프로야구 MVP, 2회 골든글러브 수상 등 수많은 영예를 차지했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반지는 끼지 못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시원한 홈런포로 팀과 자신의 첫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려 하고 있다.

특히 박병호는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때 부진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당시 1차전에서는 1안타에 그쳤고 2차전에서는 무안타로 체면을 구겼다. 3차전에서도 1안타에 불과했다.

하지만 염 감독은 박병호에 무한신뢰를 보이고 있다. 염 감독은 “박병호에게 ‘작년에도 네가 몇 타수 몇 안타를 쳤는지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네가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친 것을 기억한다’고 말해줬다”며 “나는 4번 타자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