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중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각각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10일부터 16일까지 중국, 미얀마, 호주에서 잇따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다자회의에서 이뤄지는 이번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정상에게 한반도 이슈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 2차 고위급 접촉이 일단 무산되는 등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다.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도 그렇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무시에 가까운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핵 활동 동결을 규정한 2012년 2·29 북·미 합의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더 이상 북한을 신뢰할 만한 대화 상대자로 여기지 않는 미국 정부의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북한 이슈는 현재 미국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다.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설득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놓을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 자신의 ‘통일 대박론’이나 드레스덴 선언을 가시화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때마침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라인도 우리와는 얘기가 아주 잘 통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부터 대북 정책에 관여했던 대니엘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동아태 부차관보 겸 6자회담 수석대표, 백악관 한반도담당 보좌관 출신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 등이다. 임기 2년 남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정책의 성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기도 하다.
북·중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고,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이 원활하지 않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른바 혈맹 관계에서 정상적인 국가 관계로 바뀌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변해가고 있다. 우리로서는 대북 레버리지를 좀더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통일 대박론’을 언급한 뒤 드레스덴 선언을 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시발로 한 대북 정책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거의 없다.
박 대통령에게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내년이면 임기 절반이 지나는 집권 3년차다. 최소한 내년 초부터는 구상해온 남북관계의 액션플랜이 가동돼야 한다. 김정일 시절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며 활용했던 강온 대응이 김정은 체제에서는 3개월로 짧아졌다는 게 우리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그만큼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주변 상황을 볼 때 박 대통령이 중대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자신의 통일구상 실현을 위해 미·중 정상들로 하여금 환경조성 역할을 하도록 설득해야 마땅하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관한 한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
[사설] 박 대통령, 남북관계 진전 위해 ‘게임 체인저’ 돼야
입력 2014-11-05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