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표시연비와 체감연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쏘나타 2.0가솔린 모델은 표시연비(복합연비 기준)가 11.9㎞/ℓ지만 실제 운전자가 느끼는 체감연비는 이보다 낮다. 대부분 차량 운전자들은 ‘표시연비는 과장’이라고 느낀다.
자동차 회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연비 논란의 근본적인 이유는 ‘실험실 연비’와 ‘실제 주행 연비’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제작회사가 연비를 자체 측정해 신고하는 연비를 기준으로 삼는다. 미국도 마찬가지 방식을 따른다. 현대·기아차가 자체 연구소에서 연비를 측정해 정부에 신고하고, 정부가 이를 사후 검증하는 식이다.
문제는 연비 측정이 복잡한 조건을 설정한 실험실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엔진의 온도, 가속 시간, 공기저항, 타이어 압력, 마찰 저항 등 수많은 조건을 붙여서 연비 측정을 하게 된다. 이렇게 측정된 연비가 자동차에 공식연비로 붙게 되지만 실제 도로주행 상황은 실험실 조건과 다를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4일 “실험실에서 측정한 표시연비는 실제 도로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표시연비는 자동차들을 서로 비교하는 일종의 ‘기준’으로 이해해야지, 실제 주행 연비로 이해하면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같은 자동차라도 연비를 측정하는 기관마다, 연비를 측정하는 나라마다 각기 다른 연비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이 소비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회사가 공식적으로 표시하고, 정부가 이를 인정했다면 실제 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면 곤란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회사가 제출한 연비와 정부가 사후 검증한 연비가 다르다는 문제점마저 불거진 상태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시중에 판매되는 일부 자동차에 대한 연비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현대 싼타페 일부 모델 등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현대차는 지난 8월 해당 모델 구입자들에게 최대 40만원까지 보상하겠다고 발표하고, 현재 보상 신청을 받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연비 논란으로 직접 보상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에도 현대차는 “설비와 방식에 따라 연비 측정 편차가 생길 수 있지만 현행법상 정부 조사결과를 존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과장 연비’를 인정하지 않지만, 보상 결정 자체는 소비자들과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는 의미다.
현대차에 이어 한국지엠(GM)도 지난달 말 쉐보레 ‘크루즈’ 및 ‘라세티 프리미어’(크루즈의 옛 이름) 차량의 1.8 가솔린 모델 연비를 정정하고 소비자들에게 현금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단 소송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토부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차량 운전자 6700여명은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진행됐던 연비 관련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이긴 경우는 없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승용차 연비 논란] 실험실 연비-주행 연비 차이… 소비자는 “이해 안돼”
입력 2014-11-05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