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최고 상금’ 대산문학상 첫 2관왕 나왔다

입력 2014-11-05 02:37
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번역 부문 엘렌 르브렝, 평론 부문 남진우, 소설 부문 김원일, 시 부문 박정대씨.

문단 최고 상금이 걸린 대산문학상에 최초로 2관왕이 나왔다.

대산문화재단은 4일 제22회 대산문학상 시·소설·평론·번역 4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다. 평론 부문은 평론집 ‘폐허에서 꿈꾸다’를 낸 남진우(54)씨가 특유의 미문으로, 새로운 의미를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씨는 2007년 시 부문으로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1993년 대산문학상이 만들어진 이래 2개 부문 수상자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남씨는 “두 차례나 상을 받게 돼 민망하다. (문단에) 결례인 것 같아 기쁘다는 표현을 쓰기도 그렇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 부문은 시집 ‘체 게바라 만세’를 낸 박정대(49) 시인이, 소설 부분은 장편 ‘아들의 아버지’를 쓴 김원일(72) 작가가 각각 수상했다. 박 시인은 최근 시단의 기계적이고 난해한 경향에 대한 의미 있는 반격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그는 “시단의 시들이 옆 사람에게 속삭이듯 내면화되는 경향에 반발하고 싶었다. 시집 제목도 그래서 ‘체 게바라 만세’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50년에 걸친 문학적 증언으로 “소설은 시대를 성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 됐다는 점에서 수상이 결정됐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번역 부문은 박완서 작가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Hors les murs(오르 레 뮈르·성벽 밖)’라는 제목으로 낸 프랑스인 번역가 엘렌 르브렝(79)이 선정됐다. 르브렝은 1980년부터 한국에서 살면서 서강대 불문과 교수 등을 지냈다. 상금은 부문별 5000만원으로 총 2억원이다. 시상식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