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감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의원들은 선거에서 도움과 지원을 받기 위해 온갖 단체들과 인연 맺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니 무려 11개 직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이 두 명이나 되고, 평의원들도 서너 개씩 감투를 갖는 게 예사다. 정치권의 적폐인 이런 현상은 한 표가 아쉬운 의원들과 의원들의 보호막을 이용하려는 각종 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의원들은 자신이 장(長)이나 임원을 맡고 있는 단체의 뒤를 봐주고, 그 대가로 이 단체들을 선거 전위부대로 활용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3일 국회 공보를 통해 겸직이 금지된 직에 있는 국회의원 4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국회가 지난해 7월 특권 내려놓기 일환으로 국회의원이 체육단체 및 이익단체 장 등을 맡지 못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뒤 1년3개월여 만에 취해진 조처다. 법이 바뀐 지가 언제인데 40여명이나 되는 의원이 아직까지 겸직이 금지된 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법을 우습게 알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겸직불가 판정을 받은 의원 9명은 3개월 이내에 해당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직권고를 받은 36명(일부 중복) 또한 사퇴해야 하나 사직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물러나지 않아도 그만이다. 겸직불가 판정을 받은 의원의 경우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징계할 수 있다는 제재 조항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징계한 전례를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국회 징계제도는 유명무실하다. 사직권고는 말할 것도 없고 겸직불가 판정을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셈이다. 몇몇 해당 의원들이 사퇴하지 않고 버티려는 이유다.
이번 조처는 국회 개혁의 시금석이다. 지금 의원직을 앞세워 기대고 이용하는 공생관계를 뿌리 뽑지 못하면 국회 특권 내려놓기는 백년하청이다. 사직권고든 겸직불가든 판정에 따르지 않는 의원들에게 반드시 불이익을 줘야 한다. 여야가 벌이고 있는 혁신 경쟁이 국민 공감을 얻으려면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설] 의원 겸직제한 실천 통해 국회개혁 속도 높여라
입력 2014-11-05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