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은평구 진관교회 앞 공원에서는 떠들썩한 축제가 열렸다. 은평뉴타운 입주민 약 2000명이 참가한 ‘제1회 은평뉴타운 가족사랑 나눔 대축제’였다. 축제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 걷기대회, 각양각색 음식이 차려진 먹거리 장터, 중고물품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바자회 등.
은평뉴타운 입주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주민들을 상대로 이러한 대규모 축제가 열린 건 처음이었다. 축제를 기획한 인물은 진관교회 이현식(52) 목사. 3일 진관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은평뉴타운에는 아직 이 지역만의 ‘문화’가 없다”며 “모든 주민이 화합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하며 과연 이 축제가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걱정도 많이 했죠. 하지만 날씨는 화창했고 참가자 수도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참가자의 4분의 3은 교회에 안 다니는 사람들이었어요.”
이 목사는 종교를 떠나 모든 주민이 하나가 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행사에서 일부러 기독교적인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터나 바자회 수익금 500만원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줄 것을 부탁하며 구청에 기부했다. 축제를 주최한 곳은 진관교회 성도들이 주축이 돼 지난 9월 만든 단체 ‘은평섬김’이었다. 이 목사는 ‘은평섬김’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도도 이뤄집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교회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어요. 교인들만을 위한 행사를 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은 ‘이방인’으로 간주해 버리죠. 이런 분위기면 전도도 잘되기 힘듭니다.”
은평뉴타운이 만들어지면서 이 지역에 들어선 교회는 10개가 넘는다. 이들 교회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준 곳이 진관교회다. 갈현동에 있던 진관교회는 2010년 이곳으로 이전한 뒤 지난 4년간 교인이 3배 넘게 늘었다.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가 수여하는 ‘교회성장상’을 3년(2011∼2013년) 연속 수상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진관교회의 성장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 목사는 웃으며 비결 아닌 비결을 털어놨다.
“저희 교회의 슬로건은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입니다. 지역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교회, 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교회가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애초에 다른 교회들과 경쟁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묵묵히 우리 할 일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활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곳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도 전달된 것 같습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은평뉴타운 나눔 대축제’ 연 진관교회 이현식 목사 “지역사회 섬기다 보면 전도는 저절로 되죠”
입력 2014-11-05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