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르고 뛰어다닌다고 해서 별명이 ‘차미네이터’인 차두리(FC 서울·사진). 나이가 벌써 서른넷이다. 이제 지쳤을까? 그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 미디어데이에서 “은퇴시기에 대한 결론은 거의 났다”며 “축구는 육체와 정신, 마음이 하나 됐을 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감독님과 구단, 동료들에게 짐이 된다”고 말했다. 다분히 은퇴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박박 민 머리에 태극기를 두르고 해맑게 웃던 모습 때문일까? 차두리는 천진난만한 ‘동생’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두 시즌 동안 차두리가 K리거와 국가대표로서 보여 준 모습은 믿음직한 ‘형님’에 가깝다.
차두리는 지난 7월 2014 K리그 올스타전 기자회견에서 “구단과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서로 양보를 해야 K리그가 발전할 수 있다”며 “운영하는 사람들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지 않는다면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또 슈틸리케호 1기에 승선해선 “소속팀에서 부진한 선수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그들에게 다가가 한마디 더 하고 챙겨주고 싶은 것이 선배의 마음”이라며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면 분명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대표팀을 추슬렀다.
차두리는 실력은 없으면서 말만 앞세우는 선수가 아니다. 이번 시즌 25경기에 출장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서울은 차두리가 뒷공간을 든든하게 지킨 덕분에 34경기에서 25실점에 그치며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다. 차두리는 9월과 10월 A매치 3경기에도 나서 열정적인 플레이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은 차두리를 요르단(14일), 이란(18일)과의 중동 원정 평가전 명단에 포함시켰다. 차두리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에게 베테랑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하는 듯하다. 차두리가 지금처럼만 뛴다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2015년 1월 4∼26일·호주) 출전이 유력하다. 지금 ‘차미네이터’에게 필요한 건 은퇴가 아니라 충전이다.
김태현 기자
[타임아웃] ‘차미네이터’ 질주는 계속된다… 차두리, 34살 노장에도 슈틸리케호 2기에 또 승선
입력 2014-11-05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