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신국원] 죽은 동심의 사회

입력 2014-11-05 02:21 수정 2014-11-05 15:12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냥 좋아서가 아니라 맹렬히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얼굴에서 순진함이 아니라 불타는 열정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갈 것 같아 보였습니다.

실제로 한 방송에서는 15세 소년이 어른도 소화하기 어려운 사랑의 슬픔을 세련되게 표현해 심사위원을 놀라게 했습니다. 천재나 신동이란 칭찬을 듣긴 했지만 후반부에 탈락했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랑타령이 전부인 대중음악을 십대 소년이 이삼십 대의 경쟁자보다 더 잘 이해해 창조적으로 해석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이 동요가 아니라 격한 록 리듬에 맞춰 “베이비, 널 안을래! 널 가질래”를 외치며 전신을 흔드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런 오늘날의 한국문화를 ‘죽은 동심의 사회’라고 부른 비평가가 있었습니다. 아이들 모두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사회는 병든 문화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만든 것은 물론 어른들입니다. 이른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만화와 웹툰들이 동심을 망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철학적 동화도 이에 일조합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사회자로 유명한 연예인이 동성애자임을 선언하는 바람에 커밍아웃이란 말이 초등학교에서 유행하기도 했답니다.

대중문화가 아이들을 악의 문턱으로 끌고 가기도 합니다. 한 신문에서는 어린 자녀가 모텔이 뭐냐고 물어 당황했다는 이야기가 1면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요즘 문화가 자기과시적이라곤 하지만 SNS에 자기 몸을 찍어 올린 사람을 파악해 보니 열명 중 셋 꼴로 초등학생이었답니다. 음란물을 돈 받고 유통시킨 초등학교 6학년생도 있었고요.

장난감을 팔 때만 동심을 들먹인다면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린이 헌장에선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이 아름답고 씩씩하게 바로 자라도록 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공부나 일이 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가난과 배고픔과 질병에서 보호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위험한 때 맨 먼저 구출돼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 사회는 이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시인 워즈워드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했습니다. 동심이란 어른들도 본받아야 할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사람의 마음에 꺼지지 말아야 할 순수한 마음이 어린 아이들로부터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너무도 일찍이 성에 눈을 뜨고 폭력에 노출되며 재미에 몰두하고 경쟁에 길들여집니다. 그리곤 어린 시절 누리지 못한 천진난만함을 성인이 되어서 보상받으려는 듯 아이처럼 행동하는 어른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은 부모와 교사와 목회자들의 책임 여부와는 반비례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동심을 빼앗고 아이 같은 어른을 만드는 데는 조기교육도 일조합니다. 교육열도 지나치면 동심을 죽입니다. 현실보다는 꿈과 비전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어른들도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아이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예수님도 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하셨습니다. 성경은 아이를 노엽게 하지 말고 주의 교훈으로 양육하라고 말합니다. 밝은 꿈과 소망을 품고 사는 다음 세대를 기르기 위해 문화환경을 정화하는 일에 부모와 교사, 그리고 목회자들의 수고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의 회복 그리고 학교와 교회가 역할을 바로 감당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신국원 교수(총신대 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