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용원 (1) 메콩강 황금 삼각지대를 복음의 트라이앵글로

입력 2014-11-05 03:14
오랜 이민 목회를 마치고 인도차이나 메콩강 지역 선교에 앞장서고 있는 이용원 목사가 손자를 안고 사모와 함께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느끼는 가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황혼이 질 무렵 빛바랜 벤치에 앉아 세계 모든 인종이 지나가는 모습을 찬찬히 쳐다보면서 단풍을 즐기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된다. 한때 푸르름을 뽐냈던 울창한 나뭇잎들이 낙엽으로 하나둘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새삼 오묘한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깨닫게 된다. 나 역시 인생의 황혼기를 지나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내 나이 올해 76세, 1939년생이다. 우리 나이대가 아마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광복과 6·25전쟁, 조국의 근대화와 맞물리면서 가장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세대가 아닌가 여겨진다. 이제 손자나 보며 소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하나님께서 ‘메콩강 선교’라는 귀한 사명을 주셔서 아직 일선에서 뛰게 하시니 참으로 감사하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3개국이 만나는 메콩강 국경지역은 ‘골든트라이앵글’로 불리며 마약 거래지로도 유명하다. 이 메콩강은 이 세 나라와 함께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포함해 길게 흐르고 있다. 이 인도차이나 지역은 90% 이상이 불교권이며 태국을 제외하고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모두가 사회주의 국가다.

메콩강선교회는 내가 사는 뉴욕을 거점으로 한국까지 여러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힘을 모아 선교의 땅끝으로도 불리는 이 골든트라이앵글이 가스펠트라이앵글이 되도록 선교에 진력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천천히 소개하겠지만 이 사역을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구체적으로 섭리하고 계신 것은 확실하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하나님의 종으로 부르신 뒤 교수로, 목회자로, 이민목회자로 사용하셨고 은퇴 후에는 다시 선교사로 불러 사용해 주고 계신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찬찬히 돌이키면 모두가 감사요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내 삶에 좌정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이 역시 감사하다.

나는 지금 뉴욕 중심부 맨해튼 시내에서 북쪽으로 30여분 가면 나오는 화이트 플레인(White Plains)이란 지역의 중심가에 살고 있다. 머시 백화점과 시어스 백화점이 바로 옆에 있는, 마치 호텔같이 지어진 멋진 아파트다. 아파트 약자가 PHIG인데 이는 펜트하우스란 뜻이다. 15층 중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호실에 리빙룸과 부엌, 발코니까지 딸린 우리 집을 와본 손님들은 입을 떡 벌린다. 말은 안 해도 “은퇴 목회자가 이런 호화판 아파트에 살아도 되느냐? 엄청 비쌀 월세는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표정이 읽히곤 한다.

그러나 이곳은 집이 없던 내게 하나님이 주신 보너스가 분명하다. 사택에만 살아 은퇴를 해도 집 한 칸 없던 나는 “하나님, 이제 살 집 하나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사회복지가 잘된 미국은 은퇴한 노인들을 위한 아파트를 잘 지어 싸게 월세를 주는데 좋은 조건일수록 경쟁이 심하고 자리가 나지 않는다. 나도 몇 곳에 서류를 넣었는데 집수리까지 깨끗하게 끝낸 이 아파트에 와서 살라는 매니저의 통보가 온 것이다. 웬만한 중심가 아파트 월세가 3000∼4000달러인 미국에서 내가 매달 400달러를 내고 노인복지시설까지 잘 갖춰진 이곳에 살게 된 것은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보금자리임이 확실하다.

내가 오랜 신앙생활과 목회 생활, 선교사 생활을 하면서 얻어진 분명한 진리가 있다. 그것은 내 중심을 하나님의 사이클에 맞춰놓고 헌신하는 만큼 하나님도 나의 가정과 자녀, 내가 기도하는 부분을 채워주신다는 사실이다. 이제 나의 이야기보따리를 출생부터 차근차근 털어놓아야 할 차례인 것 같다.

◇약력=중앙대 법대 및 서울신학대학원 졸업, 미주성결대학 명예신학박사, 서울신대 조교수 역임, 미국 샌프란시스코성결교회 뉴욕한빛교회 담임목사 역임, 현재 메콩강선교회 대표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