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계절을 맞아 휴먼 다큐멘터리 2편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20일 개봉 예정인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감독 권혁만 KBS PD)과 지난달 30일 개봉된 '제자, 옥한흠'(감독 김상철 파이오니아21 연구소장)이다. 두 영화는 세속화가 가속화되는 한국교회에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회복과 힐링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를 만든 두 사람은 영화의 주인공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없다. 권 PD는 크리스천이지만 손양원 목사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2012년 여수 엑스포에서 우연히 그에 대해 알게 됐고, 보다 상세한 기록을 찾아 손양원기념관을 방문한 것이 영화 제작의 계기가 됐다. 방송국으로 돌아와 자료를 검토한 권 PD는 손양원 목사가 아직 방송에 소개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권 PD는 곧바로 손양원 목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하지만 손양원 목사의 순교 현장에 있었거나 그의 두 아들이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격한 이들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고된 작업이었다. 대부분의 목격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욱 난감했다. 그럼에도 각고의 노력 끝에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해 줄 사람들을 찾아내 지난해 KBS 성탄특집 ‘죽음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을 만들었다.
“그때 받은 감동은 대단했어요. 당시 게시판에 손 목사의 두 아들이 희생된 여순사건에 대한 관심까지 덩달아 높아졌지만 손 목사의 삶에 대해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워 후속작을 꼭 만들고 싶었어요.”
권 PD는 “손 목사가 보여준 사랑의 결과물이 아닌 그가 인간으로서 온갖 비통을 딛고 왜 끝내 ‘사랑’의 삶을 선택했는가를 보여줬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 손 목사와 동시대를 살았던 마지막 증언자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담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손양원 목사는 목회자 이전에 인류의 가치를 실천한 사람이다. 영화를 통해 그분의 사랑과 용서가 사회에 확산됐으면 좋겠다”면서 “한국교회를 회복시키고 일반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보는 기독교의 본질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권 PD는 영화 제작을 하면서 자신뿐 아니라 가족, 주변인들의 삶도 변화되는 과정을 체험했다고 했다. 함께 제작한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이 촬영 후 복음을 받아들이고 영접한 것 역시 하나님이 함께하신 열매였다.
권 PD는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손 목사의 삶과 정신이 특히 올해 세월호 사건 등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 시사회는 6일 청주 서남교회를 시작으로 7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대전 영락교회, 12일 광주 본향교회, 13일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언론사·배급사·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는 11일 서울극장에서 진행된다.
한편 지난달 30일 개봉한 ‘제자, 옥한흠’은 고(故) 옥한흠 목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4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옥 목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영화는 ‘잊혀진 가방’(2010), ‘나의 선택 잊혀진 가방 그 못다 한 이야기’(2011)를 만든 김상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내레이션을 맡은 성유리가 옥한흠 목사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준다.
옥 목사와 만나본 적도 악수한 적도 없다는 김 감독은 옥 목사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2년 동안 매일 그의 설교를 듣고 책을 보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의 삶을 알면 알수록 예수의 제자로 살려고 치열하게 싸운 흔적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옥한흠 목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65세에 조기은퇴를 선언했다. 교계의 갱신과 일치, 화합에 앞장섰으며 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면서 “한국교회에 이런 분이 계셨고, 지금도 옥 목사 못지않은 목회자들이 많고 평신도 중에서도 있다. 한국교회에 소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옥 목사는 초대교회 교인들과 사도 바울을 자신의 비교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였다. 소천하시기 전 “십자가 은혜의 완성은 주님 앞에 섰을 때”라는 말씀을 남기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옥 목사의 삶을 보면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의 삶과 신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꿈에서 옥 목사의 모습을 봤다고 했다. 교회를 향해 펑펑 우는 옥 목사의 뒷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영화 제작기간 내내 생각을 많이 해서 이런 꿈이 보였나 아주 신기했다. 많이 울면서 잠에서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한국교회가 회복되길 바라는 옥 목사의 마음을 간절한 마음으로 이 영화에 담았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는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서 제작됐다. 내 능력 밖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회개하고 고백하는 태도로 이 영화를 관람했으면 좋겠다”면서 “아무리 절망 가운데 있어도 예수님 가운데 있으면 모두 다 회복된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영성의 계절 ‘손양원·옥한흠 목사’와 함께… 다큐 영화 2편 제작자 인터뷰
입력 2014-11-05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