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해철씨 사망이 의료사고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소장(小腸) 외에 심낭(心囊·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막)에서도 천공(구멍)이 새롭게 발견됐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3일 오후 서울 신월동 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씨의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유착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이나 이와 관련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엉겨 붙은 복부 장기를 느슨하게 하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다른 장기에 구멍이 뚫렸고 이 때문에 숨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서울분원인 이 연구소는 오전 11시15분쯤부터 오후 3시10분쯤까지 약 4시간 동안 신씨 시신을 부검했다.
최 소장은 “신씨의 뇌는 상당히 부종(부어 있는) 상태였다”며 “천공이 심낭과 장에서 두 군데 발견됐다”고 전했다. 심낭은 횡격막 왼쪽 부위가 3㎜ 정도 뚫려 있었고 세균 감염 증상이 발견됐다.
천공은 주로 외상과 질병으로 생긴다. 하지만 신씨의 심낭 천공은 위 수술 부위와 인접해 있다고 한다. 심장을 보호하는 심낭 안에서는 깨 같은 이물질이 나왔다. 이 점으로 볼 때 심낭 천공이 인위적으로 생긴 손상일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최 소장은 말했다. 직접적 사인은 복막염, 심낭염과 이로 인한 감염 현상인 패혈증인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이번 부검에서 소장 내 천공은 발견되지 않았다. 최 소장은 “이미 소장 일부가 절제된 뒤 봉합한 상태여서 소장에 천공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한 수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위장은 외벽 부위를 15㎝가량 서로 봉합했다”며 “소위 말하는 위 용적을 줄이기 위한 시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위 일부를 묶는 위밴드 수술 흔적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신씨의 부인은 신씨가 생전에 장협착 수술을 받은 서울 송파구 S병원 강모 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그는 병원 측이 장협착 수술 당시 가족이나 본인의 동의 없이 위를 접어서 축소하는 수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부검은 신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첫 단계다. 심낭 천공이 새롭게 확인됐지만 이게 의료진 실수로 발생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일부 전문가는 심낭에 찬 고름을 빼내기 위해 일부러 터트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과수의 추가 조사는 천공의 정확한 발생 시점, 최종 사인이 된 패혈증과의 연관성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는 병원에서 조직 슬라이드와 소장 절취 부분 등을 넘겨받아 추가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소장은 “이번 결과는 1차 부검 소견으로 추후 병리조직학적 검사와 CT 등을 종합해 재검토할 것”이라며 “그 후에야 최종적으로 의료 시술이 적정했는지, 1차 응급기관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신씨 시신을 화장한 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추모관에 안치키로 했다.
강창욱 김미나 기자 kcw@kmib.co.kr
심낭서도 천공… 신해철 의료사고 가능성
입력 2014-11-04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