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영화제가 먼저 주목한 독립영화

입력 2014-11-05 02:08

오는 13일에 이어 20일 각각 개봉되는 영화 ‘거인’(왼쪽 사진)과 ‘봄’의 공통점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받은 독립영화라는 것이다. ‘거인’은 보호시설에 있는 한 청소년의 삶을 그렸고, ‘봄’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예술가가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담았다.

‘거인’을 연출한 김태용(27)은 2010년 ‘얼어붙은 땅’으로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에 진출했던 젊은 감독이다. 중국 배우 탕웨이와 최근 결혼한 ‘만추’의 김태용 감독은 동명이인이다. ‘거인’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받았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영재(최우식)는 보호시설에서 살아간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그는 성실한 척하면서 시설 원장과 신부 등을 속인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죽도록 싫어하는 아버지가 시설로 찾아온다. 동생을 맡기기 위해서다. 그동안 착한 척하며 살았던 영재는 순간 분노가 폭발한다.

이 영화는 어떻게라도 시설에서 버티기 위해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영재의 행동을 따라간다. 주인공 영재는 단지 살기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 그런 과정에서 영재의 시각에서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영재를 연기한 최우식(24)의 연기가 뛰어나다. 그는 이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108분. 청소년관람불가.

‘봄’은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26년’(2012)으로 화제를 모은 조근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교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배급을 받으러 온 목이 길고 선이 고운 민경(이유영)을 본 정숙(김서형)은 그녀에게 남편 준구(박용우)의 누드모델이 돼 달라고 제안한다.

거액을 건네는 정숙 측의 제안을 거부할 힘이 없던 민경은 결국 모델이 되기로 하고, 병으로 사지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준구 앞에 선다.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조각가 준구가 민경을 만나면서 다시 한 번 예술혼을 불태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스토리가 다분히 신파적이지만 민경과 준구가 나누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 등이 볼거리다. 배우들의 연기도 칭찬할 만하다. ‘봄’은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민경 역의 이유영(25)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고, 정숙 역의 김서형(41)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02분. 청소년관람불가.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