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보자”… 뻔뻔한 수능마케팅

입력 2014-11-04 02:07
국민일보DB

김모(47·여)씨는 지난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한 기업의 유산균 제품을 구입했다.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 딸(19)이 배탈 증세를 보여 이를 개선할 건강기능식품을 찾던 차였다. 이 회사는 ‘수험생 장 트러블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을 적극 홍보했다. 김씨는 수십 만원을 들여 제품을 구매해 딸에게 먹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5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업계에서도 수능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밤늦은 시각까지 공부하는 수험생의 눈 건강, 뇌 건강을 위한 각종 건강식품과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비타민, 유산균 등의 제품이 ‘수능 마케팅’ 전면에 배치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는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도 넘은 마케팅’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제품이 각광을 받으면서 수험생을 둔 엄마들도 이들 제품에 덩달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산균 제품을 판매하는 건기식 업체들은 수험생들을 겨냥한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판매업체인 쎌바이오텍은 듀오락 제품을 알리고자, 이 제품이 수험생들의 ‘배탈, 설사 등의 장 질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한 이 제품이 수험생들의 ‘장 트러블 예방 및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LG생명과학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리튠은 이 제품이 수험생들의 장 건강, 눈 건강에 효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건기식은 식품일 뿐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니다. 이에 특정 질환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홍보는 ‘과대광고’ 소지가 있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설명이다.

수험생들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광고하는 업체들도 있다. 한 업체는 ‘몸팔팔’이라는 제품을 홍보하며, 이 제품이 ‘고3 수험생의 집중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또한 조아제약의 건강기능식품인 ‘조아바이오톤’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제품은 약국 등에서 수험생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기식으로 수험생과 엄마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다. 조아바이오톤은 기존의 일반의약품인 ‘바이오톤’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이오톤이 의약품 성분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효 재평가를 요청했고, 조아제약은 지난해 10월 의약품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6월 조아제약은 기존 바이오톤 주성분에 옥타코사놀혼합물과 홍삼농축액 등을 추가해 건강기능식품 조아바이톤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수험생들을 겨냥해 피부 개선 치료제를 홍보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코와는 여드름 피부 영양제인 ‘듀아타임코와정’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자사의 제품이 ‘피부 개선과 관리를 동시에 해 나갈 수 있어 여고생 피부 고민 해결에 적합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이 10대 여고생들에게 적합한지 여부 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미약하다. 한국코와 관계자는 “이 약은 여드름치료에 도움이 되는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된 약이다. 수험생 마케팅의 일환으로 홍보자료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관리당국인 식약처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허위과대광고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허위과대광고로 포털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한 건수는 2013년 25건, 2014년 15건에 불과했다.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은 “수만 건의 허위과대광고 게시물이 생성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실적”이라며 “식약처의 미온적인 대처가 건강기능식품의 허위과대광고를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