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2일 오전 1시20분쯤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찰 중이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김재환 경위와 류춘석 순경이 달려가 보니 한 남성이 여성의 몸에 올라타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있었다. 김 경위 등은 즉시 A씨를 구해내고 가해 남성 이모(42)씨를 붙잡았다.
조사결과 지적장애 2급인 A씨는 영등포 쪽방촌에서 같은 지적장애인 남편과 살고 있다. 전날 저녁 지인을 만난 뒤 집으로 가기 위해 영등포역 앞을 지날 때 갑자기 이씨가 다가왔다. 그러곤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 택시 뒷좌석에 A씨를 밀어 넣었다. 영등포역 앞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씨의 행동이 워낙 재빨랐던 탓에 도와주러 나선 사람이 없었다. 겁에 질린 A씨는 택시 안에서도 반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한강시민공원으로 끌려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씨는 A씨를 인근 남자화장실로 끌고 갔다. “소리치면 죽는다”고 협박한 뒤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리고 성폭행까지 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씨는 다시 A씨를 인적 드문 산책로로 끌고 가 마구잡이로 때렸다. 경찰이 비명을 들은 게 바로 이때였다. 이씨는 경찰에서 “영등포역 앞에서 만난 A씨에게 ‘커피 한 잔 마시자’고 한 뒤 데려왔다”며 “화장실에서 나오자 A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해 홧김에 폭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3일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서울 복판서 지적장애 여성 납치 성폭행
입력 2014-11-04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