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애(가명)씨는 한 달 전부터 볼과 턱선, 이마와 입 주위에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염증성 여드름이 생겨 피부과를 찾았다. 가을철 건조한 날씨가 시작되면서 가려움증도 생겼다. 의사는 김씨에게 여드름을 완화시키기 위한 약물을 처방했다. 어느 날 김씨는 처방전에 나와 있는 의약품 목록 중에 ‘신경안정제’가 처방된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여드름을 치료하는데 피부약 외에 우울증 등에 쓰이는 신경안정제가 처방된다니 황당했다. 이를 의사가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며 “마음의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피부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 약물을 먹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피부과에서 접촉성피부염, 아토피피부염, 피부 알레르기 등의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처방되는 의약품은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약물 중 우울증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신경안정제’가 처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환자들이 많다.
대다수의 환자들은 자신이 어떠한 약물을 처방받는지도 모른 채,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한다. 한 환자는 “피부과 약물을 복용한 후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가려움증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중독성 있는 우울증 약도 함께 복용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나는 피부를 고치기 위해 온 것이지,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 기자가 취재한 결과, 피부과에서 중독성이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는 흔했다. 더불어 성형외과, 비만클리닉 등의 병원에서도 환자에게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하는 일은 빈번했다.
그렇다면 피부과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피부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이유에서다.
피부 가려움증의 요인은 술, 담배, 취업이나 업무 스트레스, 음식이나 외부자극에 의한 알레르기 등 다양하다. 서대헌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신경안정제가 중증도의 피부 가려움증이나 알레르기 등으로 인해 육체적 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들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단기간 신경안정제를 복용할 경우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상포진 환자들은 극심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이 따른다. 이들에게도 신속한 치료와 더불어 통증을 줄일 수 있도록 신경안정제 등이 처방되기도 한다. 또한 당황하거나 화가 났을 때 발생하는 ‘안면홍조증’이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피부 알레르기’ 등이 발병할 때 신경안정제나 교감신경차단제 등이 처방되기도 한다.
보통 약에 대한 중독성과 부작용 때문에 이러한 신경안정제는 4주 미만으로 처방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병원 접근성이 높은 나라에서는 병원을 이곳저곳 다니며 이중으로 처방받아 의약품을 남용할 수 있는 소지도 높다.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스트레스와 피부질환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에 수없이 노출돼 있다. 최근 학계도 스트레스와 피부질환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들에게 단기간의 신경안정제 처방은 환자의 질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며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통제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피부과에서 우울증 고친다?
입력 2014-11-04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