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원하세요?… 일란성 확률 250:1 일정, 이란성 가족력 큰 영향

입력 2014-11-04 02:00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20대 직장 여성입니다. 혹시 쌍둥이를 낳는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을까요.”

예비 엄마들이 즐겨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이다. 최근 쌍둥이를 원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육아 전문 커뮤니티에 ‘쌍둥이 낳는 비법’을 전수해 달라고 요청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예비 엄마들이 의사를 찾아와 쌍둥이 낳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도 늘고 있다. 탤런트 송일국씨의 세쌍둥이, 개그맨 이휘재씨의 쌍둥이 등 스타들의 쌍둥이들이 지상파 TV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출산 시대의 희망 ‘쌍둥이’. 쌍둥이를 낳을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을까. 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쌍둥이가 생기는 과학적 원리에 대해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쌍둥이는 어떻게 탄생할까. 쌍둥이는 수정이 된 이후 수일 이내에 배아가 두 개로 나뉘어서 생기는 일란성 태아, 또는 2개의 난자가 각각 다른 정자와 수정이 되는 이란성 쌍둥이 태아로 나뉜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원인으로 배아가 두 개로 나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고 있지 않다.

쌍둥이를 낳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출생아 250명당 1명꼴로 비교적 일정한 비율로 발생하고 있으나,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는 가족력이 있거나 배란을 유도하는 약을 사용하는 경우 등에서 더 흔히 발생하고 있다. 1000명의 출생아 당 과거 19명에서 최근에는 32명 정도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보고도 있다.

부모가 쌍둥이를 낳았다면 자녀도 쌍둥이를 낳을 확률이 높을까. 쌍둥이 탄생에도 ‘유전적 소인’이 작용하는지 물었다. 김수현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란성 쌍둥이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더 많은 확률로 발생하고 있다”며 “엄마 쪽의 가족력이 아빠 쪽의 가족력보다 더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최근 약 20∼30년 사이에 쌍둥이를 낳는 산모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는 결혼을 늦게 해 아이를 낳는 산모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시험관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더 늘어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현대사회의 환경적 요인 변화도 쌍둥이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부모일수록 쌍둥이 임신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김수현 교수는 “과거 유럽에 대기근이 있었을 때는 반대로 쌍둥이 발생이 줄었다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영양적인 측면이 쌍둥이 탄생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쌍둥이 임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불임 시술의 한 방법인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 쌍둥이를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해 무리하게 이를 시도하는 여성들도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과배란 유도를 한다고 해서 모두 쌍둥이가 되는 것도 아니며 부작용도 많은 시술”이라는 점을 경고했다.

정상적으로 여성의 몸은 한 명의 태아를 자궁에 착상시켜서 만삭 때까지 키우고 분만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김수현 교수는 “쌍둥이의 경우 조산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임신과 관련된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며 “단순히 한 번의 임신으로 두 명 이상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그 이면에 여러 가지 위험성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