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내달 상장 앞두고… 삼성 지주사 전환說 다시 고개

입력 2014-11-04 02:39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 상장이 오는 12월 18일로 다가오면서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제일모직(당시 삼성에버랜드)이 상장 계획을 발표했을 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잇달아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주목했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를 보유 중이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45.56%에 달한다. 반면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이 부회장 지분은 0.57%로 채 1%가 안 된다.

삼성 지주회사 전환설의 근거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주주 비중이 높은 제일모직을 상장한 뒤 삼성전자와 합병해 그룹 지배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바꿀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삼성전자를 분할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회사(삼성전자)로 나눈 뒤 오너 일가의 지배 하에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홀딩스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을 1대 3으로 가정할 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은 7∼8%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유지되고 전자 관련 계열사의 수직적 지배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서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개편은 현실적인 안이 아니라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7.21%)과 삼성화재(1.26%)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47% 중 일부를 삼성 지주회사가 인수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최대 걸림돌로 제기됐다.

지주회사에 적용되는 금산분리 관련 법령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금융회사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취득할 수 없다. 삼성이 지주회사로 가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47% 중 3.47% 이상을 매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영권 보호를 위해 삼성지주회사가 이를 사들일 경우 비용 부담만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를 시장에 팔아버릴 수도 없다. 삼성전자에서 이 회장의 지분 3.38%를 제외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13.93%에 불과하다. 여기서 3% 이상 지분이 줄어들면 가뜩이나 허약한 대주주의 지배구조가 더욱 취약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과거 제일모직 상장도 불가능하다고 얘기해 왔지만 결국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당장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이 많아도 향후 그룹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