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마, 블로그 상품 추천글

입력 2014-11-04 02:38

박모(27·여)씨는 물건을 사기 전 포털 사이트에서 블로그 검색을 먼저 해본다. 블로그 운영자(블로거)들의 제품 사용 후기 글은 일방적 광고와 달리 더 정확해 실패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칭찬 일색인 포스트에 대해서는 의심할 때도 있지만, 3년여 전 ‘베비로즈 공동구매 블로그 파동’ 이후로 광고나 협찬 글은 ‘대가성 광고’라는 문구 표시가 의무화됐기 때문에 요즘엔 이런 문구가 없는 글은 비교적 믿고 보는 편이다. 그런데 박씨가 믿는 것과 달리 업체에서 돈을 받고 쓴 광고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품 추천 글이 여전히 횡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블로거들에게 돈을 주고 상품 추천 글을 올리도록 하면서 대가 지급 사실을 블로그에 공개하지 않은 4개 사업자에게 과징금 총 3억9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4개 사업자는 오비맥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카페베네, 씨티오커뮤니케이션이다.

이들 업체는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광고 대행사와 블로그 마케팅 계약을 맺었다. 대행사는 블로거 54명을 섭외해 광고 글을 올리도록 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다가오는 여름 몸매 관리하면서도 시원하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네요’(오비맥주) ‘저도 지인을 통해 신형 A6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데’(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같은 문구로 채워진 광고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업체는 블로거에게 한 건의 광고 글을 쓸 때마다 적게는 2000원부터 최고 1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업체는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마치 순수한 소비자가 쓴 글인 것처럼 속였다.

공정위는 2011년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했다. 개정 지침은 경제적 대가를 주고 블로그 등에 광고 글을 올릴 경우 지급 사실을 공개토록 하고 있다. 지침이 개정된 이후 이를 어겨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가 블로그 광고 글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이용자의 신뢰도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에 따르면 블로그 이용자의 74.5%는 블로그 내용이 유용하다고 판단했고, 30.9%는 객관적인 것으로 인식했다. 심지어 44.0%는 블로그 게시글을 전문적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광고로 의심되는 경우 경제적 대가 지급 사실을 게시글에 공개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번에는 대가가 소액이라 블로거를 처벌하지 않지만 앞으로 수익이 많거나 영리 목적으로 공동구매 주선 등을 할 경우에는 시정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