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다르크’를 아시나요

입력 2014-11-04 02:52

부대주변에 있는 잣나무의 열매를 부대 지휘관이 수확해 방문객들에게 선물한다면 합법일까, 불법일까.

경기도 전방지역 ○○부대는 오래전 미관을 살리고 은폐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울타리 주변에 잣나무를 심었다. 그 잣나무는 잘 자라 몇 년 전부터 잣 수확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가을 이 부대를 관할하는 최고위급 지휘관은 잣을 따 자신을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다. 이어 부대 소속 군 법무관에게 혹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이 법무관은 관련 법규를 살펴본 후 단호하게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잣나무가 심겨진 곳은 국유지이므로 이곳에서 생산된 잣 역시 국유재산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적 용도로 볼 수도 있는 지휘관의 선물로 사용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설명도 했다. 그러나 이는 상관의 의중에 배치되는 유권해석이었다. 제대 후 법조인의 길을 갈 이 군 법무관은 원칙에 충실한 스타일이라고 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지휘관은 납득할 수 없다며 상급 군 법무관실 고위관계자에게 다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장성급인 이 관계자는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이 지휘관의 의중을 감안해 “수확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으니 알아서 하시라”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이 지휘관은 부대 소속 법무관의 유권해석이 마음에 걸려 잣을 수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얘기를 전해들은 이 부대 장병들은 상관의 의중이 실린 유도성 질문에 소신껏 답변을 해 잣을 수확하는 노동을 하지 않게 해준 이 법무관을 ‘잣’다르크라고 부른다고 한다. 인근 마을 주민은 “부대에서 잣을 안 따 청설모들만 신나게 따먹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