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이 몰고온 ‘아이폰6 대란’… 이통사들, 황당한 개통철회 소동

입력 2014-11-04 02:08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아이폰6 대란’과 관련해 3일 “엄정하게,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과거와 같은 불법 보조금 살포가 이뤄진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의 일벌백계 방침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보조금 상한선이 근본적인 문제인데,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자들을 범법자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휴대전화 보조금 정책이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서비스 경쟁력이 고만고만한 이통사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풀어서 고객을 유치하는 경쟁을 벌여 왔다. 이런 시장의 흐름을 비현실적인 보조금 상한선으로 막다 보니 ‘대란’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보조금을 30만원으로 정한 건 방통위다. 보조금 상한선의 근거는 ‘가입자 평균 예상 이익, 이동통신단말장치 판매 현황, 통신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이동통신단말장치 구매 지원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정해 고시한다’는 단통법 제4조1항이다. 방통위는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25만∼35만원 사이에서 보조금 상한선을 정하고 6개월에 한 번씩 갱신토록 했다. 처음 6개월은 30만원으로 정했다.

피처폰 시절에는 보조금 상한선이 27만원이었다. 피처폰 가격은 30만∼40만원 정도였다. 거의 공짜로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100만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에도 보조금이 3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애초에 보조금 수준이 너무 낮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을 정한 이유에 대해 “과도한 지원금을 통한 경쟁을 지양하고 이를 투자 확대, 요금 인하 등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이 가장 유용한 경쟁의 도구인데, 정부는 정책적으로 경쟁을 하지 말라고 유도하는 것이다.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을 3년 후에는 없애고 시장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방통위가 보조금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아이폰6 대란’은 언제든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사고 싶은 소비자의 수요는 여전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단통법 이후 위축된 시장 때문에 판매를 늘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통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언제라도 보조금 경쟁을 할 준비가 돼 있다.

한편 방통위가 ‘아이폰6 대란’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이통사들은 몸 사리기에 나섰다. 일선 판매점들은 뒤늦게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신청 물량에 대해 개통을 취소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 이날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개통 취소 전화가 왔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지난 주말 새벽 아이폰6를 구매했으나 개통 숫자가 밀려 월요일에 개통하기로 예약한 소비자들 중 일부는 개통 취소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