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주변인들에게 배뇨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어느 진료과를 찾아야 하는지를 물어보면 의외로 ‘비뇨기과’라는 대답이 드물다.
오히려 비뇨기과는 성병이나 음경 확대 수술, 조루와 같은 성(性) 기능과 관련된 시술을 하는 곳이 아니냐는 조금은 황당한 반문이 돌아오기도 한다. 인터넷상에서 비뇨기과를 검색해 봐도 이런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비뇨기과에 대한 오해가 많은 만큼 한국 남성들의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은 편이다. 비뇨기과에서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질환은 신장, 부신, 요관, 방광 및 요도를 포함한 소변이 생성되어 배출되는 과정에서 거치는 모든 요로기관은 물론 음경, 음낭, 고환과 같은 생식기관 전반에 발생하는 질환 모두를 포함한다.
또한 비뇨기과 질환은 한 가지 질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심혈관 질환의 전조 증상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비뇨기과 질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50대 이상 중년 노년 남성에게 암을 제외하고 가장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뇨기과 질환 중 하나인 발기부전의 경우, 환자의 72%가 양성 전립선 비대증을 겪고 있으며 이 중 36%는 남성 갱년기를 동시에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발기부전 환자에게 전립선 비대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율신경계의 과반사, 골반 내 동맥 혈류의 부족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소변이 나오는 통로를 막아 배뇨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발기부전은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 질환 발생 위험도 높인다. 따라서 발기부전 환자가 여러 이유로 비뇨기과 방문을 꺼리게 될 경우, 그 환자는 한 가지 질환만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질 다른 질환의 예방과 관리의 기회도 놓치게 되는 셈이다.
얼마 전 진료했던 50대 남성의 경우, 4년 전부터 발기부전 치료를 미뤄 왔다. 이 환자는 발기부전 이후 찾아온 잔뇨감, 빈뇨 등의 하부요로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우울감 등 갱년기 증상이 더해져 주위의 권유로 내원한 환자였다. 검사 결과 중등증의 발기부전과 연령에 비해 양성 전립선 비대증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진료 후 발기부전과 전립선 비대증 그리고 남성갱년기를 통합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발기부전과 배뇨 장애는 물론 성욕감퇴, 우울감, 무력증과 같은 갱년기 증상도 크게 개선됐다.
비뇨기과는 환자가 인지하고 있는 특정 질환만을 개선시키거나 치료하는 공간이기보다 남성 건강 전반을 통합적, 유기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는 곳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실제 최근 비뇨기과에서는 질환이 발견됐을 경우 다른 연계 질환의 가능성은 없는지, 연계 질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치료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진단과 관리를 제공하는 남성 건강 종합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기대 수명이 점차 증가하면서 비뇨기과 질환을 앓고 있는 남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비뇨기과는 남성들이라면 더욱 가까이 두고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가까운 비뇨기과를 찾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남성의 삶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란다.
양대열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
비뇨기과로 한발 더 가까워져라
입력 2014-11-04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