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양적완화 추가 확대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슈가 맞물리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급격한 외화 유출입 쏠림현상이 또다시 위기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 역내 금융통합에 속도를 내자는 주장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자금이 풍부한 아시아 지역에 단일 통화를 구축해 외부 위기를 역내 자본 이동으로 방어할 수 있는 방파제를 쌓자는 내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일 한은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 개최한 ‘아시아 금융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역내 금융통합 시 일부 국가의 금융 불안이 역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다자간 역내 금융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중국·인도네시아·호주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금융통합은 넓은 의미로는 국가 간 혹은 지역 간 복수의 금융시장이 역동적으로 연결되면서 금융연계성이 확대되는 것이다. 국가 간 통화스와프 체결도 여기에 속한다. 통화스와프 한도를 늘려놓으면 급격한 자본 유출 상황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소화전’ 용량을 늘리는 것과 같다.
유럽 18개국이 유로화(貨)를 사용하는 유로존과 같은 ‘통화통합’은 좁은 의미의 금융통합으로 분류된다. 아시아 역내에서도 단일통화를 구축하자는 주장은 이미 오래됐다. 2006년엔 아시아 역내에서 두루 쓰이는 공동통화인 아쿠(ACU·Asian Currency Unit) 도입을 위해 한·중·일 3국이 정부 차원에서 공동 연구를 개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이 수습에 골몰하는 동안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단일 통화체제를 포함한 금융통합이 강화되면 여러 가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총재는 “아시아의 역내 금융통합은 성장잠재력 강화뿐만 아니라 경제 복원력을 높이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지역 내에서 투자재원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고 국가 간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다는 점을 금융통합의 장점으로 꼽았다. 금융통합 진행 과정에서 경쟁이 촉진돼 금융산업의 발전 속도를 높이고 가계·기업의 금융접근성을 높여 역내 내수를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유럽 국가는 역내 주식·채권에 대하 투자 비중이 높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다. 역내 통화가 세계 공통의 기축통화로 통용되지 않는 채권시장의 통화 불일치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시아권이 단일 통화를 사용하게 되면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러나 이 총재는 “금융통합의 정도가 높아지면 (개별국의) 통화정책 수행이 제약되고 부정적 외부 충격이 더욱 빠르게 전이되는 등 적잖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금융통합의 잠재적 위험을 경고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기획-일본發 환율전쟁 2라운드] ‘亞貨’ 탄생?
입력 2014-11-04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