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화제] 이란, 이번엔 남자배구 구경하려던 영국계 여성 징역형

입력 2014-11-04 02:41
이란에서 남자배구 경기를 관전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여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돼 이란의 여성 인권 억압에 대한 논란이 재차 가열되고 있다.

영국계 이란 여성 곤체 가바미(25)의 변호인은 이란 법원이 가바미에게 ‘통치체제에 반하는 선전 전파죄’를 적용해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AFP통신은 이란 사법 당국이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같은 죄목이 적용된 이유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바미는 지난 6월 20일 테헤란 아지다 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이탈리아의 남자배구 경기를 관람하려하던 중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그는 이후 독방에 40일 넘게 갇히는 등 3달 이상 구금 상태에서 비공개 재판에 회부됐다.

영국인 어머니와 이란인 의사 아버지 사이에 런던에서 태어난 가바미는 런던대 동양·아프리카 대학(SOAS)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이란에서 여권신장 운동을 해온 활동가다. 그는 영국과 이란 이중국적을 갖고 있어 체포·구금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영국 언론과 인권단체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가바미의 실형 선고 소식에 영국 외무부는 즉각 성명을 통해 “기소 근거와 적합한 재판 절차, 구금 동안의 처우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도 징역형 선고에 대해 “젊은 여성이 이란에서 여성의 억압에 대해 발언해왔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처벌을 받는 것은 잔혹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