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허의 팽팽한 대결이 예상됐던 치과전문의 제도 개선 논의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결말이 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치과의사전문의 제도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진보적’ 성향의 치과전문의 제도 찬성파 간의 입장차만 확인한 토론회였다.
김철환 대한치과의사협회 학술이사, 정민호 대한치과교정학회 기획이사, 권경환 원광대 구강외과 교수,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 심동욱 서울시치과의사협회 학술이사 등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패널토론에서는 정책 개선을 위한 논의보다는 각 단체의 ‘국민보건 기여도’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치의학회 대표자로서 제일 먼저 발언자로 나선 권경환 원광대 구강외과 교수는 “치과전문의 제도는 국민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도출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자신의 환자 사례를 들어 “구강암으로 절제술을 받은 그 환자는 장애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 동사무소로부터 서류를 받아 내게 가져 왔다. 현재 장애등급 판정 시행령에 따라 전문의에 해당하는 사람만 등급판정을 내릴 수 있는데, 치과의사의 경우 국가로부터 ‘전문의’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구강외과 교수가 주치의이자 집도의지만 장애등급 판정을 내릴 수 없었다. 환자를 이비인후과나 성형외과로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치과전문의 제도 찬성파는 대한치과교정학회다. 정민호 대한치과교정학회 기획이사는 “대형병원은 교정과, 구강악안면외과, 치주과 등 전문 과목이 나눠져 있지만 대형병원을 가기 어려운 환자들은 집 근처 동네병원, 즉 1차 의료기관에서 상당 부분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과전문의 제도는 국민들이 가까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전문적인 진료를 받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치협 측은 전문의가 많아질수록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철환 대한치과의사협회 학술이사는 “치과는 타 진료과에 비해 비급여 진료가 많아 치과 진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낮은 편이다. 이 상황에서 전문 진료를 한다는 목적으로 전문 치과의사를 수천명 배출하면 국민들이 좋아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단통법의 본래 취지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기업을 위한 법이 됐다. 전문의 제도도 치과의사를 더 불신하게 만드는 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교정과, 보철과 등 분산되어 있는 진료과목 때문에 1차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의 확립을 우려했다.
이날 토론 중 객석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다. 환자들은 단순히 ‘치통’을 느끼고 병원을 찾기 때문에 치주과, 보존과 등 전문 과목 표시만 보고 병원을 찾아가라고 한다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주영 녹색소비연 정책국장은 또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이 국장은 “현재 어떤 치과병원이 어떤 질환을 잘 보는지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당장 신경치료를 받고 싶은데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모르겠다. 단 전문의 제도가 확립되면 정보 공유의 형평성은 높아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전문의 제도가 정착되면서 치료비가 오른다면 그 또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치과 ‘전문의 제도’ 개선 논의… 결론없이 입장 확인 그쳐 보건기여도 놓고 설전 요란
입력 2014-11-04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