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스텐트 협진 의무화 “환자안전 무시”

입력 2014-11-04 02:34
대한심장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는 정부의 심장 스텐트 협진을 강제한 고시 개정안은 질병 치료의 보장성이 현저히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환자의 생명이 위협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중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심장 스텐트 시술시 심장통합진료(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의 스텐트 협진)를 의무화한 보건복지부의 급여 개정안에 대해 환자 안전을 무시한 왜곡된 고시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심장학회와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복지부의 고시 개정안은 졸속 행정이라며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장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는 복지부의 이번 개정 절차에 전문가인 학회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된 졸속 행정이라며, 환자의 안전과 치료 선택권을 고려해 반드시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30일 평생 3개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했던 심장 스텐트를 개수 제한 없이 보험적용 하되 최적의 환자 진료를 위해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의해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고 고시했다. 고시에 의하면 심장통합진료를 시행하는 대상 질환은 중증 관상동맥질환 중 보호되지 않은 좌주관상동맥, 다혈관 질환이다.

심장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는 이번 고시는 ‘환자 불편과 안전에 대한 위험 가중, 치료 선택권 저해’, ‘대형병원 환자 쏠림으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 가속’, ‘심장통합진료시 불협화음 우려’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오동주 대한심장학회 이사장은 “이번 고시는 확립되지 않은 치료법(decison making skill)을 일괄 적용하도록 강요해 의사의 진료권을 부정하고 국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새로운 형태의 불합리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는 정부가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개수 제한을 폐지해 건강보험재정을 추가로 투입함으로써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내세우지만, 스텐트 시술이 늘어나 오히려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심장통합진료 적용 대상 환자에 대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행위급여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 이사장은 “12월 1일 해당 고시가 시행될 경우 스텐트 시술을 하는 전국 병원과 스텐트 시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복지부가 근거로 삼은 유럽 심장학회의 가이드라인을 법규로 강요한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전동운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는 “유럽의 경우 시술자가 필요에 따라 협진(heart team)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인위적인 기준에 따라 필수로 적용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환자를 기다리도록 하는 비용(입원일수) 증가와 시간지연으로 인한 위험성(사망율 증가)으로 인해 권장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고시의 ‘90분 안에 응급관상동맥수술 가능한 병원’과의 협약(MOU)도 학문적 근거가 없고, 이러한 병원과 1대1 심장통합진료를 요구하는 내용은 복지부가 국제기준이라고 제시한 유럽의 권고안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라기혁 대한중소병원협회 학술위원장은 “의료협약을 체결한 기관의 흉부외과 의료진이 항시 대기할 수 있는 현실 여건이 아닐 수 있다. 이는 MOU를 한다고 해서 소속된 의료기관에서 환자관리를 무시하고 실시간으로 통합진료를 할 수는 없는 여건”이라고 밝혔다. 심장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는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심장환자의 필수 의료행위가 불필요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실질적으로 질병 치료의 보장성이 현저히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사안은 환자의 생명에 위협을 주는 국민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