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서 폭력서클을 결성해 차량 절도, 금품 갈취 등 각종 범행을 일삼은 함모(16)군 등 청소년 12명이 경찰서에 잡혀 왔을 때 찾아온 부모는 딱 1명이었다. 그가 와서 경찰을 붙잡고 했던 말은 “이 자식을 감방에 넣어 달라”였다.
함군 등은 부모들에게 내놓은 자식이었다. 밥 먹듯 집을 나가고 사고를 쳤다. 오죽했으면 부모가 손을 놓았을까 싶지만 독초(毒草)는 버려진 정원에서 싹을 틔운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빈곤보다 해로운 건 무관심이다. 방치된 아이들은 처지가 비슷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자기들만의 세상을 형성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함군은 지난 2월부터 거리에서 어울린 동갑내기 박군과 함께 또래를 규합했다. 이들은 단체로 집을 나와 자신들이 그만둔 학교의 재학생들에게 금품을 뜯었다. 이 돈으로 술과 담배를 사고 노래방과 오락실을 전전했다.
지난달 초부터는 자동차 15대를 번갈아 훔쳐 타고 무면허로 전국을 돌아다녔다. 인터넷으로 알게 된 여자를 만나고 돈을 빼앗고 패싸움을 벌였다. 목적지에 가면 차를 버리거나 그 지역 또래들에게 넘긴 뒤 다른 차를 훔쳤다. 대전·충남 지역에서 사라진 차들이 경남 양산 등지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훔친 차량 사진을 박군이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박군을 관리하던 학교전담경찰관으로부터 이 사실을 듣고 내사에 착수했다. 함군 등과 어울리던 청소년 중 1명이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나머지 11명이 줄줄이 붙잡혔다. 경찰은 절도·사기·폭력 등의 혐의로 함군과 박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이 9, 10월 전국에서 집중단속을 벌여 이 같은 청소년 폭력서클 48개를 적발했다. 무리지어 비행을 저지른 872명 중 16명이 구속됐다. 올 들어 8월까지 적발한 폭력서클을 포함하면 83개, 1488명이다.
폭력서클에는 성인이 끼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아이들을 집과 학교로 돌려보내기는커녕 우두머리 노릇을 했다. 전북 전주 덕진구 일대에서 ‘삼촌’으로 불리는 무직자 한모(43)씨는 가출 청소년 등 100여명을 거느렸다. 이곳엔 월 20만∼30만원만 내면 계약서도 없이 방을 내주는 원룸이 있었다. 집 나온 아이들이 한겨울 불가로 모이듯 모여들었고 이름 없는 폭력서클이 조직됐다. 한씨 등 성인들은 아이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거나 밥을 사주면서 폭행과 갈취를 일삼았다. 한씨는 자신을 따르던 김모(17)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폭력서클은 어른 무관심 속 자랐다
입력 2014-11-04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