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세 살 된 ‘도다이 로봇’은 스무 살이 되는 해에 대입시험을 치러 도쿄대에 합격하는 게 목표다. 도다이 로봇은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가 2011년 개발에 착수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도다이(東大)’는 도쿄대의 줄임말이다.
도다이 로봇은 최근 우리나라의 수능 모의고사에 해당하는 ‘전국센터모의시험’을 치렀는데 괄목할 만한 성적을 얻었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이 시험에서 일본어 영어 수학 세계사 일본사 물리 등 7과목에 응시해 900점 만점에 386점을 받았다. 모의고사를 처음 치른 지난해(365점)보다 21점 올랐다. 특히 일본어와 영어 등 문과계열 과목 점수가 크게 올랐다. 목표인 도쿄대 합격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 전역의 사립대 581개교 중 472개교에서 ‘A등급’(합격 가능성 80% 이상)을 받을 만한 성적이다.
인공지능 분야는 최근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빅데이터(Big Data)를 분석한 뒤 수요예측이나 광고 등에 활용하는 등 곳곳에서 실용화가 이뤄졌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도다이 로봇은 인공지능 분야의 또 다른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다이 로봇의 시험성적이 1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과목은 영어다. 지난해보다 43점 오른 92점(200점 만점)을 획득했다. 올해부터 일본 통신업체 NTT가 도다이의 영어능력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단어 1000억개가 포함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한편, 스마트폰에 쓰이는 언어인식 기술도 응용됐다. 특히 영어 대화 문장을 제시한 뒤 빈칸에 맥락에 맞는 대답을 고르는 ‘빈칸 채우기’ 문제에서 정답률이 높았다.
그러나 나머지 과목의 점수는 비교적 저조했다. 수학I 세계사 일본사 물리 모두 지난해보다 점수가 떨어졌다.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직관력이 없는 탓에 좌표평면상에 곡선을 그리는 식의 함수 문제는 아예 손도 못 댔다. ‘민주주의’ ‘다수결’ ‘과반수’ 등 교과서에 나오지 않아도 학생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개념도 이해하지 못했다. 사진과 그림을 해석해 정답을 고르는 문제 또한 속수무책이었다. 국립정보학연구소 노리코 아라이 교수는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공지능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인간과 기계의 협력 가능성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향후 개발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TT 커뮤니케이션과학기초연구소 마에다 에이사쿠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로 확보된 기술은 외국인 관광객 응대를 위한 자동화 프로그램에 응용될 예정”이라며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日 대입 모의고사 본 인공지능 ‘도다이 로봇’, “2021년엔 도쿄大 꼭 합격할 거야”
입력 2014-11-04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