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예측은 옳았다. ‘항공사에 투자하지 말라’던 그의 경고가 13년 만에 사실로 입증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 보도했다.
버핏의 경고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최근 5년간 기업공개(IPO)를 한 아시아 항공사 10곳의 주가가 IPO 때보다 평균 12%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항공사 10곳이 지난해 입은 손실은 18억 달러(1조9305억원)에 달한다. 태국항공 산하의 저비용 항공사인 녹 에어(Nok Air)는 주가가 지난해 IPO 때보다 44% 하락해 주당 26바트(약 855원)까지 주저앉았다. 블룸버그는 10곳 중 절반이 넘는 6곳의 주식은 IPO 때보다 낮게 거래됐다고 전했다.
버핏은 2001년 항공사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봤다. 2001년 3월 유에스 에어웨이스(US Airways)에 투자한 3억5800만 달러를 날린 그는 당시 “내가 실수했다”며 “다시는 항공사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항공산업의 성장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과당경쟁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콩 소재 삼성자산운용의 앨런 리처드슨 투자매니저는 “항공산업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면서 “기존 시장의 수급 구조가 바뀌기 전에는 항공사 투자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항공 수요는 늘었지만 저비용 항공사가 우후죽순으로 출범하면서 신규 항공사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갑자기 규모가 커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가 승부수를 띄웠지만 되레 수익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고 있는 아시아 지역과 달리 시장이 포화 상태인 미국과 유럽은 항공사 통폐합 등으로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돌입해 설비 과잉을 해결하고 있다.
항공업계 전문 컨설팅사 인다우 애널리틱스 창립자인 수코르 유소프는 “항공사는 결코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 호황 때도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버핏도 항공사 투자에서 손을 뗀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태국의 또 다른 항공사인 방콕 에어웨이스도 지난달 4억9400만 달러 규모의 IPO를 한 후 3일부터 주식 거래를 시작했지만 첫날부터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월드 이슈] “항공사 투자 말라” 경고… ‘투자 귀재’ 버핏 예측 적중
입력 2014-11-04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