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서울시민 ‘라바 지하철’에 빠지다

입력 2014-11-04 03:13
지난 1일부터 지하철 2호선에서 운행되고 있는 ‘라바 열차’. 인터넷에 이 열차를 탄 시민들의 ‘인증샷’ 붐이 일고 있다. 서울시 제공

남녀노소 막론하고 인증샷을 찍느라 북새통입니다. 지하철을 놓치자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까지 나옵니다. 교통방송 리포터는 열차시간까지 방송합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라바’ 때문입니다. 요즘 서울 시민들은 ‘지하철 라바 홀릭’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울시는 지난 1일부터 지하철 개통 40년을 맞아 지하철 2호선에 운행 중인 차량 중 한 대의 내·외부를 라바 캐릭터로 꾸며 운행하고 있습니다. 라바 지하철의 홀수 칸은 테마존, 짝수 칸은 코믹존으로 꾸몄습니다. 시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입니다.

라바는 애벌레 두 마리가 등장하는 코미디 장르의 국산 애니메이션입니다. 2011년 첫 선을 보였고, 현재 시즌3이 케이블TV에서 방영되고 있습니다. 꾸불꾸불한 모양과 귀여운 표정이 압권입니다.

지하철역에는 어린이 취향에 맞춘 깜찍한 라바 지하철 운행시간표가 게시됐습니다. ‘11월부터 함께하는 행복하지∼하철 테마 라바열차 시간표’라는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평일과 토요일에는 하루 8회, 공휴일에는 하루 7회 운행됩니다. 운행 간격은 1시간30분 정도고요. 다만 수요일은 열차 정비를 위해 운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운행 3일째인 3일 라바 지하철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사람들이 몰려 운행시간이 지연되거나, 일부 역에서는 정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에는 타요 버스, 러버 덕에 이어 새로운 인증샷 대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좌석 곳곳과 창문에 그려진 라바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 중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근길이 이렇게 신나고 재밌긴 처음이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것 같다” “지하철 전체가 라바 한 마리였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라바 지하철 첫 칸부터 끝 칸까지 왕복 중” “둘리, 뽀로로 지하철도 만들어주세요” “라바 지하철 타려면 내일 일찍 일어나야겠다” 등의 댓글이 쏟아집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운행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린이, 어른 모두에게 반응이 좋다”며 “라바는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국산 애니메이션이어서 선택했다. 다음달 31일까지 운행되는데 연장여부는 그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인기 버스 캐릭터 ‘타요’를 시내버스에 담아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위안을 얻는 것 아닐까요? 라바와 함께 하는 지하철이 시민들에게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