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 國調 여부 논의하라

입력 2014-11-04 02:52
새정치민주연합이 연일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3일 “이들 3대 비리에 대해서는 국민 4명 중 3명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지지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지금은 공무원연금과 공기업 개혁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행법상 국정조사는 재적 국회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시행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여야 합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정조사 대상이 대부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정조사가 성사되려면 여야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지 않으며 안 된다. 심각한 수준의 정책 실패나 거액의 혈세를 낭비한 사안이라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당연히 국정조사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당리당략을 배제하고 국리민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야당이 제기한 3대 비리는 국민 시각에서 보면 국정조사 대상이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지금도 논란거리지만 엄청난 규모의 혈세를 낭비한 것은 분명해지고 있다. 무려 22조원이 투입된 데다 유지관리비로 매년 5000억원 이상이 든다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명박정부가 5년간 해외자원 개발에 투자한 돈은 공기업 재원을 포함해 43조원에 이른다. 일부 성과가 있었다지만 대부분 적자를 보거나 중단된 상태다. 방위사업 역시 제대로 이뤄진 게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비리투성이다.

중요한 것은 실현 가능성이다. 새정치연합은 3대 비리를 올해 국정감사의 성과로 내세워 연말 대여 공세 수단으로 삼을 생각이다. 국정조사를 꼭 성사시키기보다 여권의 공무원연금 및 공기업 개혁 드라이브에 맞불을 놓겠다는 정략이 숨어 있다고 봐야겠다. 새누리당은 이런 점을 간파하고 “지금은 국정조사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미리 못을 박는 분위기다. 자칫 주요 국정개혁 과제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역시 당리당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여야가 이런 사심을 버리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는 이뤄지기 어렵다.

여야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이 시점에서 국정조사 문제만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 볼 필요가 있다. 협상을 진척시키다 보면 3대 비리 중 한 두 가지만 골라 실효성 있는 조사를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권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전혀 없지 않겠지만 당초 생각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예산국회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마무리한 뒤 내년 초쯤 실시하면 국정 운영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사안의 비중으로 볼 때 국정조사 대상이라 하더라도 조사에 따른 국가적 실익 여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진실규명은 뒷전인 채 정치적 논쟁으로 일관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종합적, 합리적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