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란 명언을 남겼다. 20세기의 위대한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대표작 ‘경제발전의 이론’(1912)에서 기술 발달에 경제가 얼마나 잘 적응해 나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즉,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조적 파괴 과정이 기업경제의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그게 바로 혁신이다.
샤오미 등 중국 글로벌 기업들의 급성장 요인을 창조적 파괴에서 찾는 보고서가 최근 발간돼 관심을 끈다. 삼성증권은 ‘중국 성장기업 방문 보고서-대담한 기업의 탄생’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들 기업의 성장 요체를 창조적 파괴라고 정의했다. 전통산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창조적 파괴기업의 지배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불과 4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선 신흥기업이다. 세계 시장에선 올 3분기 스마트폰 180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5.6%로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했다. 성공 배경은 가격의 혁신적 파괴, 하드웨어 기술의 기민한 추격,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활용 등 창조적 파괴실험이라는 게 삼성증권의 진단이다.
아울러 1998년 세워진 텐센트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기업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는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99년 설립 이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가 된 알리바바는 지난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대박을 터뜨렸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창조적 파괴자’로 불린다.
이들 중국 기업이 우리 기업에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한 지는 꽤 됐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구조의 급격한 개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이를 위기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기회로 삼을지는 슘페터가 강조한 대로 우리 경영자들의 창조적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창조적 파괴
입력 2014-11-0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