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행위의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홈쇼핑 업체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빗대 한 말이다. 공정위가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GS, CJ, 현대, 롯데, NS, 홈앤쇼핑 등 국내 TV홈쇼핑 6개사 전체의 불공정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신 처장의 발언은 이른바 갑의 횡포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홈쇼핑 업체가 사은품 판촉비용을 납품업체에 100% 떠넘기거나 사전 구두발주를 하고 사후 불리한 서면계약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드러난 롯데홈쇼핑 사건에서 보듯 납품업체에서 돈을 받아 챙기는 범죄행위를 서슴지 않는 곳도 있다. 검찰이 다른 홈쇼핑 업체의 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어 여파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업종 가운데서도 유통업, 특히 홈쇼핑 업체의 ‘갑질’은 악명이 높다. 채널 수가 제한적인 만큼 납품업체들의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자금력이 부족해 제품을 제대로 홍보할 기회가 거의 없는 중소 납품업체들로서는 TV홈쇼핑을 통한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반복돼 왔음에도 제대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년 동안 홈쇼핑 업체의 부당행위 144건이 적발됐으나 이 중 95.8%가 경고나 시정조치 등 말로만 하는 제재를 받았다. 과징금 부과는 고작 6건, 검찰 고발은 한 건도 없었다. 횡포가 계속돼도 솜방망이 처벌이 되풀이되다보니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2012년 검찰 수사로 홈쇼핑 업체의 납품 비리가 무더기 적발돼 업계가 자정을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공정위가 이번에는 홈쇼핑 업체에 대해 처음으로 유통업법을 적용해 엄벌하겠다고 하니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유통업법은 최대 과징금 부과액이 관련 매출액의 2%에 불과한 공정거래법과 달리 전체 납품대금을 상한으로 두고 있어 처벌 강도가 훨씬 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조처 역시 효과가 단발성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습적 비리 업체는 사업 재승인 심사 때 탈락시키는 충격요법을 써야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까닭이다. 홈쇼핑 업체의 불법은 중소기업의 경영 의지를 꺾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악질 범죄다.
[사설] 홈쇼핑회사의 납품업체 후려치기는 엄벌이 해법
입력 2014-11-04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