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 ‘청춘나이트’는 1990년대를 추억하는 무대였다. 가요계 전성기인 90년대를 이끌던 김건모부터 DJ DOC, 룰라, 김원준과 현진영 등이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 팬들은 11만원이라는 거액을 아낌없이 냈다.
문제가 발생한 건 지난 8월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공연이었다. 김건모가 공연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건강상 문제’라는 김건모 측 해명에도 팬들의 실망은 컸고 항의는 거셌다. 결국 공연 주최 측은 관객들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가요계에선 해당 공연의 기획사가 부도 상태에 이르렀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출연진 한명의 공연 불참으로 회사가 부도에 이를 수 있을까.
4일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공연계의 기형적인 재정 구조 때문에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가요계에 따르면 ‘청춘나이트’ 공연 기획사는 이미 광주 공연 이전부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출연진들의 엄청난 몸값이 원인이라는 게 기획사 안팎의 주장이다. 김건모의 경우 매회 공연에서 받은 돈이 25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김건모 같은 대형 가수 외에도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 등 음악 관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의 몸값도 높다”면서 “일부 가수의 회당 출연료는 40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공연장이나 행사장에서 가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1년 국세청은 대학 축제에 출연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출연료가 과하다는 여론에 따라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시내 4년제와 전문대학 학생처에 연예인 출연료 현황 파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각 대학이 축제 등에 유명 연예인을 출연시키며 지급한 출연료와 원천징수세액, 계약서 유무, 대금지급방법 등을 기재토록 했다. 조사 결과 2010년 기준 아이돌 가수 출연료는 빅뱅이 4500만원, 2NE1과 소녀시대가 2500만원 이상, 2PM이 2500만원 선이었다. 이 밖에 이름이 알려진 아이돌도 기본이 1000만원 이상이었다.
당시 국세청 조사를 계기로 연예인들의 ‘과한 출연료’가 낮아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출연료가 더 높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신인 아이돌의 출연료는 500만∼150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요계 관계자는 “공급보다 수요가 높으면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시장 논리 아니냐”며 “찾는 곳이 많아 몸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수들 몸값 외에도 공연 기획사들의 또 다른 고민은 공연장 규모다. 한 공연 기획자는 “시대를 풍미한 일부 가수들은 과거 영광을 잊지 못해 큰 공연장만 고집하고 관객 동원이 안 되면 남 탓만 하고 출연료만 챙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90년대 가요계를 이끌었던 한 가수는 2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에서 공연을 가졌다. 소속사는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고 했지만 공연 현장에선 공연 시간이 임박하자 암표상들이 헐값에 티켓을 팔았음에도 빈 자리가 적지 않았다.
올해 공연 기획사들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경기 불황에 세월호 참사로 팬들은 공연장을 찾지 않았다. 공연 관계자들은 침체된 공연 시장을 키우고 가수와 공연 기획자들이 함께 살려면 가수들이 한 발 양보해 몸값을 내리고 관객 동원 능력에 따라 공연장을 선택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타 가수들 수천만원 ‘몸값’
입력 2014-11-05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