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출범 1년 서울관광경찰대 지휘하는 장진영 대장

입력 2014-11-05 02:03
장진영 서울관광경찰대장이 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건물 7층에 위치한 관광경찰대장실에서 지금까지의 활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서영희 기자
지난해 10월 서울관광경찰대 출범식 모습.
명동을 순찰 중인 서울관광경찰대원들.
관광경찰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외국인들. 서울관광경찰대 제공
2012년 외국인 관광객 11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은 증가 추세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로 한 불법행위는 그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치안 상태는 괜찮은 편이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범죄의 표적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다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40%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고,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제기됐다. 논의의 결과는 그해 10월 16일 서울관광경찰대 출범으로 가시화됐다. 서울관광경찰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 한국관광공사 서울시의 공동 작품이다. 이어 지난 7월엔 부산과 인천에도 관광경찰대가 생겼다. 제주관광경찰대 신설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출범 1년여를 맞은 서울관광경찰대의 장진영(48·경정) 대장을 만나 지금까지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관광경찰대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경찰관 52명과 의경 49명 등 101명이다. 관광지에서의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팀이 가장 많고, 수사전담팀, 행정팀으로 구성돼 있다.”

-‘모토’가 있나.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출범 당시 ‘내가 곧 대한민국이다(I am Korea)’라는 마음가짐을 갖자고 결의했다. 관광경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인식 아래 똘똘 뭉쳐 일하고 있다.”

-1년 전 출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많이 정착됐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출범했을 때는 다소 막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지속적인 단속 활동으로 명동과 남대문시장 등 유명 관광지에서의 불법행위와 무질서가 많이 사라졌다. 관광경찰을 알아보고 함께 사진 찍자는 외국인도 늘어나는 등 대외인지도도 높아졌다.”

-관광경찰대원들의 근무 만족도는 어떠한가. 또 인력 선발 과정은.

“각자 자신의 외국어 실력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직접 치안 및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이미지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신설 부서임에도 자원자가 많은 걸 보면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 인력 선발 때는 외국어 구사 능력과 직무수행 능력을 함께 본다. 이를 위해 공모한 뒤 서류심사 그리고 외국어 면접을 거쳐 뽑는다.”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높은 만큼 중국어 구사자를 더 충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재 서울관광경찰대에서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원은 총 27명이다. 중국어 구사자를 더 뽑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나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어 구사자를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관광경찰이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관광가이드와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관광경찰 출범 취지를 잘 모르는 이야기다. 관광경찰 임무에는 관광지에서의 범죄예방을 위한 순찰과 단속·수사는 물론 외국인들에 대한 관광 안내, 불편사항 처리도 포함돼 있다. 또 상식적으로 순찰 도중 정보와 지리를 몰라 도움을 요청하는 외국인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난 1년간 관광안내와 불편사항 처리 건수는 4만2000건이 넘는다. 4만2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국익에 많은 보탬이 됐을 것이란 얘기다. 관광가이드와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은 관광경찰의 정체성을 손상시키는 말이다. 안타깝다.”

-관광경찰대장으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자원했다. 무자격 관광가이드와 택시·콜밴의 불법행위, 관광버스 자격증 미소지 등은 그동안 치안의 사각지대에 있었으나 새로운 치안영역으로 개척했다. 이 점을 보람으로 느낀다. 관광경찰의 도움을 받은 외국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뒤 이메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올 때도 ‘잘 선택했구나’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기억에 남는 미담 사례들을 소개해 달라.

“1년 동안 1100여건의 관광 불법행위를 단속하거나 수사했다. 지난 6월 말레이시아인이 청량리에서 명동까지 택시를 타고 갔는데, 9000원만 내면 될 걸 택시기사의 요구로 9만9000원을 지불한 경우가 있어 수사를 통해 택시기사를 적발해 9만원을 돌려준 적이 있다. 이 외국인은 서울경찰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 감사의 글을 남겼다. 또 비빔밥 두 그릇(2만2000원 상당)을 먹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20만2000원의 바가지요금을 씌운 명동의 비양심적인 음식점 주인도 있었다. 꾸준한 단속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신고 건수도 줄어들고 있다.”

-관광경찰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출범 당시 ‘친절한 관광경찰, 따뜻한 관광경찰, 엄정한 관광경찰’을 다짐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게 다가서고, 관광과 관련된 불법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해 안전하고 편안한 관광한국의 지킴이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서울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광경찰이 출범 1년밖에 안돼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서울시민들의 성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