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음악극으로 풀어내고, 해외 거장 연출가와 협업하고… 新‘바람’난 국악

입력 2014-11-04 02:15
국립국악원과 국립창극단의 색다른 국악 공연이 이달 차례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왼쪽 위부터 음악극 '공무도하'의 작창을 맡은 국악인 안숙선, 연출을 맡은 이윤택,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을 작업 중인 미국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 국립국악원·국립창극단 제공

국악이라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부채를 ‘촤르르’ 펼치며 득음을 한 듯 묵직한 판소리를 쏟아내는 중년의 음악가를 떠올리곤 한다. 장구, 북, 꽹과리, 징이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사물놀이도 있다.

국악계의 오래된 고민거리는 대중의 생각 속 국악이 대단히 한정적이라는 것이었다. 고루하고 낡았다는 편견도 있었다. 그래서 올 가을 잇따라 관객들 앞에 서는 색다른 국악공연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국립국악원과 국립창극단의 새로운 도전, 국악의 현대화를 목표로 한 음악극 ‘공무도하’와 해외 거장 연출가와 협업한 창극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이다.

◇창의적으로 풀어 낸 ‘공무도하’=‘그대여, 물을 건너지 마오/ 그대 결국 물을 건너셨도다/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가신 임을 어이할꼬’(공무도하가)

국립국악원이 오는 21∼30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는 음악극 ‘공무도하’는 대중에게 친근한 4언 4구 고대시 ‘공무도하가’를 모티브로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무도하’에는 두 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된다. 1부에선 새로 이사 간 아파트의 동, 호수를 잊어버린 한 남자가 2000년 전 자신의 전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2부는 북한으로 간 아내를 찾아 두만강을 넘는 남한 작가의 이야기다. 가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데 연출가가 겪고 들은 실화와 상상 속 허구가 절묘하게 섞였다. 지난 달 29일 서울 종로구 종로33 그랑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윤택(62) 연출은 “‘공무도하가’ 속 드라마틱한 매력 때문에 국악원에 역으로 제안을 해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내 연출 작업의 종합 정리편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강을 건너는 행위’를 시간의 강(과거에서 현재)과 장소의 강(남한에서 북한)에 투영시킨다. 분단과 통일, 달라진 시대상 등 오늘날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이유다. 판소리 투로 연기하지만 새로운 이야기 소재가 흥미롭다. 배우들의 소리와 연기, 춤이 망라된 종합예술극으로 때론 애절하고 때론 흥겹다.

정가와 서도소리, 경기민요와 구음, 범패 등 다양한 국악의 갈래들이 총집합된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안숙선(65)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작창을, 류형선(49)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이 작곡을 맡았고 국립국악원, 국립민속국악원 등 전국 4개 국악원 단원들이 출연한다. 1만∼5만원(02-580-3300).

◇세련된 춘향이의 모습은 어떨까…=국립창극단의 신작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은 세계적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71)이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춘향가를 직접 각색, 연출한다는 것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국립창극단의 세계거장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판소리 다섯 마당을 모두 들어 본 서반이 “세계적이고 시간을 초월한 감동이 있다”며 춘향가를 택했다. 그가 창극을 연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서반은 프랑스 파리 오페라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에서 명성을 쌓은 연출가로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연극과 교수로 일하며 오스카 해머스타인 II 연극학 센터에서 작업하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간담회에서 서반은 “판소리의 문을 열어 젊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물관에서 오래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삶을 연계해 소통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창극단 관계자는 “사랑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다”며 “현대적이고 세련된 연출로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드레아 서반의 다른 춘향’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2만∼5만원(02-2280-4116).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