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美경제 ‘홀로 선전’ 언제까지…

입력 2014-11-04 03:56
미국 경제가 혼자서 뛰고 있다. 질주(疾走)는 아니지만 독주(獨走)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4.6%)보다는 떨어졌으나 시장 예상치(3.0%)를 웃도는 수치다. 전 세계적 저성장 기조 속에서 미국이 ‘나 홀로’ 선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4분기에는 유가 하락과 신규 고용 증가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민간소비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회사 BTIG의 댄 그린하우스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확실히 추진력을 얻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하는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은 지난해와 같은 2.2%다. 한파로 인한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2.1%) 때문에 낮아진 것으로, 결코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양호하다. 최근 IMF는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0.8%로 낮췄다. 특히 유로존 대표주자인 독일 성장률 전망치는 1.9%에서 1.4%로 조정됐는데 1.2%로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일본도 성장률 전망치가 1.6%에서 0.9%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높은 7.5% 정도의 성장률이 예상되나 예전 10%대 고속성장 시절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은 성장 속도 면에서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 간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12년부터 격차가 생겼다. 일본은 2011년 대지진에 따른 후유증으로, 유로존은 2012년 재정위기 여파로 성장이 부진해졌다. 반면 미국은 안정적인 경제 구조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발 빠른 통화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민간소비 비중이 가장 높고 수출 비중이 가장 낮은 경제 구조여서 대외 충격의 영향을 덜 받고 내수에 의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연준은 금융위기 직후 여타 선진국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내렸고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미국은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자산(주식·부동산)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를 가져오는 ‘부(富)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 시장조사 업체 무디스 어낼리틱스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 1달러 증가 시 2센트와 5센트의 소비 진작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경제의 독주에 따라 세계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선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로존이나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 둔화 우려가 나올 때마다 글로벌 자금의 이탈과 안전자산(미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각국은 최근 무제한 돈 풀기(양적완화) 정책의 종료를 선언한 연준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전망이 갈팡질팡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과 더불어 다른 주요국들 경제도 회복된다면 국제금융시장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미국 경제가 독주를 멈추고 여타 국가들과 함께 하강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성장이 기로에 다가서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외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 한 미국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웰스파고 은행의 유제니오 알레만 연구원은 “미국이 지금은 스스로 성장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인베스트먼트리서치는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해외 수요 위축과 강한 달러, 증시 변동성을 꼽았다. 이 밖에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과 지정학적 위험(중동·우크라이나 등), 미국 내 정치 갈등도 경제 성장을 저해할 만한 요인들이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유로존 경제 불안, 일본 아베노믹스 차질 등 주요국 잠재위험이 현실화되고 에볼라 확산 등 돌발 위험이 불거지면 미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히 클 것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인에 유의하고 그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