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사망한 가수 신해철씨가 응급수술을 받을 당시 소장에 1㎝ 크기의 ‘천공(穿孔)’이 있었다는 병원 기록이 확인됐다. 의료계는 장협착 수술 후 이뤄진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주목한다. 경찰은 장협착 수술을 한 서울 송파구 S병원을 지난 1일 압수수색하는 한편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1㎝ 천공’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서울 송파경찰서는 2일 “신씨가 응급수술을 받을 당시 신씨의 소장에서 1㎝ 크기의 천공이 발견됐고 이 때문에 염증이 퍼져 있었다는 병원 기록을 입수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병원 기록에는 천공을 통해 음식물 찌꺼기가 흘러나와 복부에 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이 천공은 언제 생겼을까.
소속사에 따르면 신씨는 2009년 위밴드 수술을 받았다. 비만 치료를 위해 위의 한 부분을 밴드로 묶는 수술이다. 지난 17일 장협착 수술을 받으면서 동시에 밴드 잔해물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부인 윤원희(37)씨는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이 환자와 상의 없이 위 축소 수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수술에서 천공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특히 장협착 수술의 경우 장이 달라붙은 것을 인위적으로 떼어내다 보니 찢어지는 등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경기도 모 병원의 한 외과 교수는 “(소장은) 벽이 워낙 얇기 때문에 수술 중 천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당시에는 조그만 생채기 정도였다 하더라도 여러 원인으로 천공이 커졌을 수도 있다. 소장에서 1㎝ 천공은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위밴드 수술은 직접적 사망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한 외과 전문의는 “위밴드 수술을 받은 뒤 5년이 지난 만큼 소장 천공과는 관련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장협착 수술 당시 위 축소 수술 등 다른 의료행위를 했다면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 이 전문의는 “장협착 수술을 하면서 다른 어떤 수술을 했는지는 수술 집도의가 가장 잘 안다. 담당 의사가 사인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엿새 동안 왜 발견 못했나=보통 천공은 수술 과정이나 수술 후 증상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러나 신씨의 경우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는 시점에서야 발견됐다. 이를 두고 장협착 수술 후 이튿날 바로 퇴원조치를 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신씨는 20일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S병원 응급실에 왔다가 돌아갔지만 오후에 다시 열이 오르자 재차 병원에 들렀다가 귀가했다. 22일 새벽 다시 통증이 심해지자 입원했고, 정오쯤 심정지로 쓰러진 뒤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의 한 내과 전문의는 “수술 후 열을 동반한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이 경우 세균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통상 장협착 수술을 받은 후 3∼4일 입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일 S병원의 VIP실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하고 의무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부검 이후 S병원 강모 원장 등을 소환해 입퇴원을 반복한 원인과 이유를 추궁할 예정이다. 국과수 정식 부검 결과는 1∼2주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모교인 서강대 측은 음악활동을 위해 자퇴했던 신씨에게 명예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신해철 소장에 1㎝ 구멍 ‘미스터리’
입력 2014-11-03 0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