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가 올해 수능 직전에야 정정되면서 2015학년도 대입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입시가 진행되는 와중에 전년도 성적 자료를 다시 들춰봐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수험생들은 ‘난수표’로 불릴 만큼 복잡한 대입 과정에 또 다른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험생 혼란=2일 입시업체 등에 따르면 수능 성적이 통보되는 다음 달 3일부터 혼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성적 통보 후 대입은 숨 가쁘게 돌아간다. 일단 대학들이 수시전형 합격자를 발표하기 시작하면 학생들의 연쇄이동이 일어난다. 수시는 6번까지 지원할 수 있어 많게는 수험생 1명당 6차례나 이동할 수 있다. 수시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예비번호를 부여받고 수시 추가합격 발표가 마무리되는 12월 15일까지 마음을 졸이게 된다.
이 시기는 지난해 세계지리 오류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정정된 성적표를 받고 난 뒤다. 그러나 정정된 성적으로 지난해 떨어졌던 대학에 추가합격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교육부는 올해 정시모집이 시작되는 12월 19일쯤 지난해 수능 오류에 따른 추가합격 여부를 통보하기로 했다. 피해 학생 가운데 재수·반수(대학을 다니며 대입 재도전) 학생들은 지난해 성적과 올해 성적을 비교하며 예정대로 수시와 정시 일정을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수시는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곳도 있어 연쇄이동에 민감하다. 지난해 오류 수정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이 영향을 받을지 아직 예상하기 어렵지만, 한 문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상위권 대학 지원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변수가 생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학도 골머리=대학들도 빠듯한 일정 때문에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원서 접수가 마무리된 9월 18일부터 대학들의 입학 파트는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성적을 다시 채점하는 건 처음이라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정정된 성적이 통보되는 이달 중순까지 전년도 자료들을 미리 정리해 최대한 빨리 추가합격 여부를 가릴 생각이지만 현재로서는 여력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고시인 수능의 신뢰도 추락으로 올 수능 시험 직후부터 성적표가 통지되는 다음 달 3일까지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가 쇄도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출제 당국으로선 성적표가 발송되기 전에 이의제기에 대한 검토를 완료해야 이번과 같은 혼란을 막을 수 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지금 대입 일정은 대단히 숨 막히는 구조다.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는 좋지만 한 문제, 한 전형만 삐걱대도 한 학생의 인생이 달라지도록 설계된 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있다”면서 “출제자도 사람이므로 문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수능에서 성적표 발송까지 20일 정도에 불과하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2015학년도 수능 성적 통보되는 12월 3일부터 혼란 본격화될 듯
입력 2014-11-03 0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