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칸센’ 50년…‘유명 요리’ 관광객 늘고 ‘중복 노선’ 외면받고

입력 2014-11-03 02:23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이 올해로 개통 50주년을 맞았다. 신칸센은 1964년 10월 1일 도쿄와 오사카 500여㎞ 구간을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이 개통된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돼 지금은 일본 전역 2300㎞ 구간에 뻗어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신칸센 유치로 혜택을 본 지자체도 있지만, 반면 인구가 줄거나 상권이 쇠락하는 지역도 속출하는 등 명암이 갈리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일본 동북부 도시 이와테현 니노헤시의 신칸센 정차역인 니노헤역 인근 상가. 평일에도 가게 30여곳 중 문을 연 곳은 10여곳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가게는 셔터를 내린 채 영업을 중단했다. 이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우메다 히로미씨는 “상권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니노헤역은 2002년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 상인들은 역 유치로 지역 경기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지방 출장을 나온 회사원들이 현지에서 자는 대신 바로 귀갓길에 오르면서 숙박업이 큰 타격을 입는 등 상권 전체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역 주변의 80대 상인은 “역 주변에 여관 5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며 “나도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노선 확장으로 인한 ‘중복 투자’도 부작용이 컸다. 서남부의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 신오노미치역은 1988년에 개통됐다. 당시 지자체는 지역 기반산업인 조선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이를 만회하고자 역 개설을 강력히 요청했다. 지자체 예산과 시민 기부금 120억엔도 투입됐다.

하지만 ‘장밋빛 희망’은 여지없이 깨졌다. 현재 신오노미치역의 1일 이용객 수는 1000여명이다. 재래식 노선인 인근 오노미치역 이용객(5500여명)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역이 도심에서 3㎞가량 떨어져 접근성이 나쁜 데다 급행열차인 ‘신칸센 노조미’가 정차하는 후쿠야마역이 도심에서 20분 거리에 있어 이용률이 크게 떨어졌다. 오노미치시 관계자는 “신칸센의 인기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신칸센으로 혜택을 본 지자체도 있다. 일본 북동부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가 대표적이다. 2002년 신칸센 정차역인 하치노헤역이 완공된 뒤 관광객이 300만∼400만명에서 500만∼600만명으로 급증했다. 도쿄 등 대도시에서 다녀가기 좋아진 데다 시 상공회의소가 지역 요리인 ‘센베지루’(된장 국물에 과자를 넣어 끓인 요리)를 홍보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선 게 주효했다. 중부의 시즈오카현 미시마시도 1969년 신칸센 정차역이 생긴 이후 수도권을 오가는 직장인의 이주가 늘었다. 1965년 7만명이던 인구가 2010년 11만명으로 증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이 신칸센 정차역 인근 지역의 개통 전후 인구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자체 72곳 중 44%인 32곳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연결하는 도카이도 신칸센 구간은 대체로 인구가 증가했지만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인구 감소가 두드러졌다. 니카타현의 경우 5개 도시 중 현청 소재지인 니카타를 제외한 4곳의 인구가 감소했다.

일본종합연구소 모타니 고스케 수석연구원은 “지자체들이 경기 활성화와 인구 증가를 목표로 신칸센을 유치했지만 기대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칸센에 지나친 기대를 품기보다는 과거 실패 사례를 분석해 신칸센 활성화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