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남 영암군 상월그리스도의교회(이성배 목사)에서는 특별한 예배가 진행됐다. 6·25전쟁 때 순교한 성도 35인을 추모하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 ‘순교자기념 주일예배’를 드린 것.
이 교회는 1998년부터 11월 첫 주일을 ‘순교자기념주일’로 지정해 매년 이를 지키고 있다. 93년에는 교회 앞마당에 순교자기념비를 세웠고, 2009년엔 교회에서 1㎞ 정도 떨어진 순교현장에도 순교비를 건립했다.
이성배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신앙을 지킨 성도들의 순교정신을 따라 알곡 성도, 곧 천국의 자녀(마 13:38)가 되자는 취지로 매년 예배를 드리고 있다”면서 “죽어간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시대의 평화와 바른 신앙은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와 눈물이 지켜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쪽 분량의 상월그리스도의교회사에 따르면 상월교회는 6·25전쟁 무렵 지역복음화운동을 벌이다 극심한 좌우대립에 휘말려들었다. 1950년 9월 국군이 서울을 수복하자, 궁지에 몰린 북한 인민군 잔당과 좌익세력은 이 지역에 거점을 만들고 교회건물을 접수해 반공인사를 처형하기 시작했다. 1차 처형대상은 기독교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성도 35인이 죽임을 당했다. 주민들은 총칼의 공포에 떨었지만 성도들은 죽음 앞에서도 신앙의 지조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의연했다.
당시 58세였던 서석근(여) 집사는 일주일간 금식하고 교인들에게 “이때 죽어야 첫째 부활에 참여할 수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60세였던 임유상 집사는 일가족이 함께 붙잡혀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중에도 ‘날빛보다 더 밝은 천국 믿는 맘 가지고 가겠네’로 시작하는 찬송을 교인과 함께 불렀고 순교 당하는 것을 자랑스레 생각했다. 특히 나이어린 딸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였다. 40세였던 이 교회 교역자 신덕철 전도사는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할 정도로 성령이 충만했다. 신 전도사는 부인 및 처가 식구들과 함께 순교했다.
박석현 광주양림교회 목사는 전쟁을 피해 처가에 왔다가 죽임을 당했다. 끌려가면서도 나지막하게 ‘내 주여 뜻대로’라는 찬송을 불렀다. 처형장에서 잠깐 기도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큰소리로 기도한 뒤 죽음을 맞았다. 순교자 중에는 아홉 살에서 열두 살 사이의 교회학교 학생들과 엄마 뱃속의 태아도 포함됐다.
상월교회 예배당도 파괴됐다. 인민군은 교회를 부수고 방공호로 만들었다. 살아남은 성도들은 전쟁이 끝난 뒤 교회를 다시 건축했다. 교회 재건의 중심이 된 임상단 권사는 자택에서 새벽기도를 하던 중 병자가 낫는 신유의 기적을 체험했고, 이때 함께 있다 큰 은혜를 받은 8명의 부녀자들과 함께 폐허 위에 교회를 다시 세웠다.
상월교회는 현재 11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농어촌 미자립교회 6곳에 선교비를 보내고 러시아파송 선교사를 후원하면서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뜨겁게 기도하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6·25때 성도 35명 순교… 그 믿음 잇는다
입력 2014-11-03 02:52